금융위원회, 9일 관련업계와 '소비자신용법안' 주요내용 논의
불법추심 확인시 해당 추심업체와 원채권금융사도 배상 책임
앞으로 연체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채권추심업체의 빚 독촉 연락은 하루 한 차례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또 일선 금융회사는 추심업체 선정 시 불법추심이 우려되는 업체에는 채권을 팔 수 없고 만약 불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추심업체와 함께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금융당국이 대부업법 전면 개정을 통해 대출 과정에서 개인채무자 보호를 강화한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하에 관련업권을 초청해 '제9차 TF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소비자신용법안 주요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금감원, 신용회복위원회, 신용정보원, 자산관리공사, 외부전문가 및 관련업계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신용법안 기본방향은 채권자와 추심자의 채무자 보호책임을 강화해 채무자 방어권을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를 통해 대출 고객 보호와 회수가치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기존 대부업법 전체와 신용정보법 일부, 여기에 추가 규율을 신설해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개인 신용대출이 본격화된 2000년대 이후 수차례 제도개선을 통해 개인회생 및 불법추심 제한, 불법사금융 방지를 담은 현재의 개인채무자 보호 제도의 틀을 형성해 왔으나 채무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연체와 추심부담이 과도하고 채무조정 신청 기회가 크지 않다 "며 법안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채무조정요청권과 채무조정교섭권 도입 등을 통해 개인채무자와 채권금융기관 간 사적 채무조정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따라 개인채무자가 채무조정을 요청하면 채권금융기관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내 조정안을 마련해 제안(채무조정요청권)에 나서야 한다. 다만 채권금융기관 내부기준에 따른 적용대상에 해당 되지 않는 경우에는 채무조정을 거절할 수 있다.
또 개인연체채권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및 양도절차를 진행하기 전 에도 채무자와의 채무조정 협상이 의무화되며, 1가구 1주택자 등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주거권 보장 차원에서 경매절차에 한해 채무조정 특별절차가 적용된다.
'채무조정교섭업'도 새롭게 도입된다. 이는 채무조정 협상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의 부족한 전문성과 협상력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채무조정 요청성의 작성과 제출대행, 제출 후 협의대행 등 채무조정 과정에서 개인채무자에게 조력할 수 있다. 또한 채무조정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복위 채무조정 접수대행과 상환현황 관리, 재무상담은 부수업무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채무조정교섭업은 법인에 대한 등록제로 시행할 예정이며 자기자본과 영업보증금, 전문성 등 등록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총 수수료 상한은 100만원 범위 내에서 규정하고 개인채무자 이익 보호를 위한 신의성실 의무를 부과하는 등 채무자 피해방지를 위한 수수료와 업무행위 등을 엄격히 규율했다.
개인채무자의 과도한 연체 및 추심부담도 경감된다. 채무자에 대한 심리적 압박수단으로 활용되는 연체기간 중 채무금액 누적과 추심강도 강화를 법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한이익 상실 후 연체이자 부과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기한이익이 상실되더라도 상환기일이 남은 채무원금에 대해서는 연체가산이자 부과가 금지된다. 또 개인채권 양도 전 장래 이자채권을 면제해 채무가 무한증식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여기에 소멸시효관리 내부기준을 마련해 금융기관은 시효 중단사유 해당 여부를 평가한 후에야 지급명령을 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채권추심자가 동일 채권 추심을 위해 1주일에 7회를 초과해 연락하는 것을 금지(한정 추심총량 제한)하고, 연락제한요청권을 도입해 개인채무자가 특정한 시간대 또는 특정한 방법 등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않도록 요청(연락제한요청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테면 개인채무자가 특정 요일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연락제한을 요청할 경우 추심자가 다른 요일과 시간대에 연락할 수 있는 만큼 요청에 응해야 한다.
원채권금융기관의 채무자 보호책임도 강화된다. 금융기관은 추심업자 선정 시 채무자 처우와 위법, 민원이력 등을 평가에 반영하고 추심업자가 소비자신용법과 채권추심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직접 점검해야 한다. 만약 위법행위를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개인연체채권을 양수한 채권금융기관이 해당 채권을 제3자에 양도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원채권금융기관 동의를 받도록 했다.
당국은 이와함께 진입장벽이 현저히 낮은 매입추심자의 진입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해상충 방지와 과잉추심 유인 완화를 위해 매입추심업을 대부업에서 분리하고 해당 업자가 채권을 매입하려는 경우 담보조달비율이 70% 이하 일정비율을 넘을 수 없도록 했다. 또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 대출기관은 담보조달비율을 초과한 대출을 금지하도록 해 시장 정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책임 강화에도 함께 나선다. 채무조정요청권 안내의무 위반시 과태료, 개인채권 매각 전 장래 이자채권 면제의무를 위반할 경우에는 기관 및 임직원 제재가 이뤄진다. 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해 손해를 가한 경우 관리감독에 소홀한 원채권금융기관도 함께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법정손해배상도 도입된다. 개인채무자는 소비자신용관련업자 및 채권금융기관에 대해 300만원 이하 손해액에 대한 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관이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소비자신용법 제정을 통해 사회적 추심비용 감소와 채무자 재기에 따른 회수 증대 등으로 채무자와 채권자가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 금융업권 간 협의를 거친 뒤 이달 중 소비자신용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분기 국회 제출을 목표로 후속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