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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일줄 알았는데…돌변한 변액보험에 등골 휘는 생보사


입력 2020.09.11 06:00 수정 2020.09.10 11: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관련 보증위험액 3조원 육박…1년 새 7000억 급증

코로나發 제로금리 시대 역풍…판매 늘리다 된서리

변액보험 보증위험액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변액보험 보증위험액 상위 10개 생명보험사.ⓒ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변액보험 고객들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기 위해 쌓아야 하는 돈이 1년 새 7000억원 넘게 불어나며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제로금리 시대는 이런 부담을 한층 가중시키는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보증위험액은 총 2조8723억원으로 1년 전(2조1384억원)보다 34.3%(7339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변액보험 보증위험액은 이름 그대로 보험사가 변액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을 보증하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준비금으로, 이 액수가 커졌다는 것은 그 만큼 관련 상품과 연계된 보험사의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우선 삼성생명의 변액보험 보증위험액이 같은 기간 6489억원에서 8085억원으로 24.6%(1596억원) 증가했다. 한화생명 역시 4205억원에서 6235억원으로, 교보생명도 3010억원에서 3531억원으로 각각 48.3%(2030억원)와 17.3%(521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메트라이프생명(2343억원)과 푸르덴셜생명(2091억원), 미래에셋생명(1486억원), 오렌지라이프생명(1306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의 변액보험 보증위험액을 기록했다.


변액보험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낸 보험료를 기반 펀드에 넣어 운용하고 손실 책임을 지는 투자 상품이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정해진 돈을 지급해야 하는 일반 보험들에 비해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 적은 상품이다.


그렇다고 보험사가 짊어져야 할 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투자 손실이 커져 이미 납입한 보험료에 대한 보증 또는 적립액이 제로가 됐더라도, 계약 상 사망보험금 지급이 약속돼 있는 상품이라면 보험사는 당연히 이를 내줘야 한다. 아울러 과거에는 투자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최소한의 이자는 주겠다는 최저보증 금리를 적용한 변액보험 상품이 팔리기도 했다. 생보사들이 투자 손실 불안에 가입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을 변액보험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하나의 영업 수단이었다.


그런데 이런 변액보험 보증에 대한 생보업계의 리스크가 최근 들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0%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 시중 금리가 낮아지면서 보험사의 투자 효율은 악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런데도 준비금은 약정대로 쌓아야 하다 보니, 보험사가 느끼는 압박감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장기화 기조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저금리 환경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잠시 진정 국면을 보이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내년까지도 한은이 지금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보증 리스크가 계속 확대돼 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생보업계가 변액보험 영업을 눈에 띄게 늘려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6년 1조2815억원이었던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지난해 1조8163억원으로, 3년 새 41.7%(5348억원) 급증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뒤 처음 납입한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이런 배경에는 2023년 시행이 예고돼 있는 IFRS17이 자리하고 있다. IFRS17의 핵심은 시가 기준의 부채 평가로,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되는데, 변액보험은 IFRS17이 적용돼도 자본 압박이 크지 않은 상품으로 거론돼 왔다. 저축성 상품처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약속한 이율의 이자를 내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형태란 까닭에서였다.


그러나 예상에 없던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저금리 심화로 생보사들은 변액보험에서도 만만치 않은 준비금을 쌓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IFRS17 적용을 앞두고 과거 고금리를 앞세워 팔았던 저축성 보험에 가뜩이나 고민이 깊어지던 생보사들에게 변액보험마저 악재로 다가오고 있는 현실은 이중고를 안기는 대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로금리 시대가 상당 기간 유지된다면 생보사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중·소형 생보사의 경우 이에 따른 손익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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