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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임금동결' 첫 단추…위기극복 모범사례 될까


입력 2020.09.22 11:40 수정 2020.09.22 20:4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노사 줄다리기 한창인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등에 좋은 선례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0년 임급협상 영상교섭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자동차 노사가 2020년 임급협상 영상교섭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임협) 교섭에서 ‘기본급 동결’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한 상생 의지를 보여줬다.


그동안 현대차의 교섭 결과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기준점 역할을 해왔던 만큼 이번 잠정합의가 최종 타결로 이어져 업계의 모범 사례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2일 현대차 노사에 따르면, 하언태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과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치부장 등 노사 교섭대표들은 전날 울산공장 본관 등 3개 거점 화상회의실에서 열린 12차 임금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합의안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은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노조는 당초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공동요구안에 맞춰 월 12만304원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으나 고심 끝에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동결을 전격 수용했다.


코로나 19로 어려워진 국내 사회·경제적 상황과 글로벌 경제 침체에 따른 자동차 산업 위기 상황을 고려해 임협 조기 합의라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때와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임금을 전년도 수준으로 묶어두는 데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코로나19에 따른 위기감이 결코 IMF나 금융위기 때보다 못하지 않다는 데 노사가 공감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이번 잠정합의안이 올해 임협 ‘타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본급 동결이라는 상징성에 대한 조합원들의 심리적 반발이 있을 수도 있고, 현 집행부를 견제하는 현장 조직들의 부결 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사측에서 기본급 동결에 따른 충분한 반대급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집행부가 조합원들을 설득할 명분도 있다.


현대차 노조 집행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난을 경계해 왔다. 대신 성과급과 우리사주 등을 통해 보상을 해준다면 기본급 동결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측은 당초 기본급 동결과 경영성과급 130%+50만원, 코로나위기극복 격려금 50만원, 우리사주 5주, 재래시장상품권 5만원 등을 1차 제시안으로 내놨으나, 잠정합의된 최종안은 이보다 금액이 크게 늘었다.


성과급은 150%로 지급 방식을 변경했고, 코로나 위기극복 격려금은 120만원으로 70만원 늘렸다. 우리사주도 10주로 확대했다. 최근 현대차 주가가 18만원 선을 오르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제시안보다 90만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재래시장상품권도 15만원 늘린 20만원으로 결정했다.


성과급 지급 방식 변경에 따라 조합원 근속연수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대략 일시금으로 최대 200만원가량을 더 얹어준 셈이다.


이는 지난해 타결된 임금·단체협약 조건(기본급 4만원 인상, 성과급 150%, 일시금 300만원, 재래상품권 20만원)과 비교해도 일시금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이를 통해 노조는 어려운 시기에 기본급 동결로 위기 극복에 협력한다는 ‘명분’을 세우면서도 예년과 동등한 수준의 일시금 수령이라는 ‘실리’도 챙길 수 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잠정합의안을 가결시킬 경우 코로사19 사태 속에서 업계에 상생 분위기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 대표기업이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형님’ 노릇을 하는 기업인 만큼 현대차 노사의 임협이나 임단협 결과도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현대차의 임협 교섭 결과를 애타게 기다려 왔다. 현재 한국GM은 올해 호봉승급분 외 기본급 동결을 기본으로 하는 2년 주기 임단협 교섭을 제안한 상태다. 기아차와 르노삼성은 아직 사측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지만 업황이나 회사 실적을 고려하면 동결 외에 다른 카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기본급 동결’이라는 선례를 남겨줄 경우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노조 측에 동결을 내세울 수 있는 논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특히 기아차는 그동안 현대차와 동일한 수준에 임금 교섭을 타결해 온 전례가 있었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대승적 차원에서 추석 전 무분규 타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는 그만큼 자동차 업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한다. 다른 완성차 업계 노조도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춰 교섭에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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