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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③] '문빠'와 '민주주의의 퇴행'


입력 2020.10.08 04:00 수정 2020.10.07 23:51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文정부와 다른 의견 내면 집중 공격대상

찍히면 민주당 간판 달고 정치 힘들어져

文복심 양정철조차 "부담이었다"고 고백

최장집 교수 "한국 민주주의, 위기에 처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17년 5월 5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에서 가진 유세에서 부산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017년 5월 5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중앙로에서 가진 유세에서 부산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데일리안

"미안한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큰 부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온라인 토론과 댓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데 고민이 깊었다."


문 대통령의 복심이자, 문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자신의 저서 '세상을 바꾸는 언어(부제 : 민주주의로 가는 말과 글의 힘)'에서 밝힌 문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 대한 생각이다.


양 전 원장은 "선거 상황에서 강력한 결집력을 지닌 온라인 지지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무척 고마운 분들이었지만 그 가운데 극히 일부는 인터넷 공간에서 지지 성향이 다른 네티즌들에게 배타적 폐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결국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기간에 다른 후보들이 문 후보를 비판하는 소재가 됐다"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도 지난 7월 말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는 제목의 논문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처럼 소위 '문빠'의 폐쇄성, 도를 넘은 공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여권 인사들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맞서 "이건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내는 여권 인사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20대 국회 때 소신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4인방은 문빠의 집중 공격대상이 됐다. 문 대통령이나 당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내면 며칠간 욕설이 담긴 전화·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SNS에는 비난 글이 도배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 과정에서 당론과 달리 소신에 따라 기권표를 던지고 '조국 사태' 때 쓴 소리를 한 금태섭 전 의원은 4·15 총선 후보를 결정하는 당내 경선에서 강선우 전 부대변인에게 패했다. 문빠가 조직적으로 경선에 개입한 결과였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문 팬덤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홍위병 이용해 공포정치를 하는 문화혁명이 일상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막대기에 '조국수호'라 써서 내보냈어도 '막대기'가 공천 받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는 문빠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장(場)이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김종민 의원은 '조국 사태' 때 조국 전 법무장관을 적극 감싸며 친문 지지자들의 '눈도장'을 받은 인물이다.


이처럼 문빠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니, 소신 발언을 하려다가도 자기검열에 빠지거나 위축되기 십상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는 게 당연하다. 수의 힘으로 상대를 위협해 입을 틀어막는 방식은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을 건강하지 않은 정당으로 만든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열성 지지자들의 눈 밖에 나면, 민주당 간판 달고 정치하기 힘들어지는 구조"라며 "당의 외연 확장 측면에선 굉장히 부담스럽지만, 배제할 수도 없다"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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