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모단걸' 시작으로 10편 작품 방송
‘KBS 드라마스페셜’이 10주년을 맞았다.
6일 오후 KBS는 ‘드라마스페셜 2020’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모단걸’ 홍은미 PD·진지희·김시은, ‘크레바스’ 유관모 PD·지승현·강형묵, ‘일의 기쁨과 슬픔’ 최상열 PD·고원희·오민석이 참석했다.
‘드라마스페셜’은 국내 방송사 중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온 단막극이다. 스튜디오 몬스터유니온이 제작을 맡고, 7일 ‘모단걸’을 시작으로 8명의 신인작가와 7명의 신인연출가가 의기투합해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먼저 ‘모단걸’의 홍 PD는 “입사를 했을 때 ‘드라마 스페셜’ 조연출로 처음 시작했는데, 10주년에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감개무량하다. 20주년은 더 성대하게 할 수 있도록, 더 발전했으면 한다. 일단 단막극이 있어야 중편도 나오고 장편도 나오고, 대하드라마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단막극이 작가들의 작품을 다룰 수 있기도 하지만, 아직은 영글지 않고 처음인 연출, 작가, 배우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꼭 10주년이라서가 아니라 항상 미니시리즈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한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홍 PD는 이번 ‘모단걸’에 대해 “시대극이다 보니 고증을 포함해 오늘날 봐도 이질적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특히 미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면서 “‘모단걸’의 주제의식, 캐릭터, 내용이 연출하는 사람에게도 쉬웠고, 시청자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하다”고 자신했다.
‘모단걸’에서는 진지희와 김시은이 열연한다. 진지희는 “신득이가 신여성이 되어가는 스토리인데, 한 여성보다는 한 인간이 성장하는 스토리에서 변화하는 감정들이 많이 와 닿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성숙하게 성장하게 되는 모습이라 시은이와 함께하게 됐다”고 했고, 김시은은 “감독님이 선택해주셨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저도 영희라는 캐릭터로 극본을 읽으며 ‘나도 영희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욕심이 났다”고 애정을 보였다.
‘크레바스’의 유 PD는 “드라마스페셜은 어떻게 보면 KBS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단지 신인 연출의 등용문이 아니라, 신인 배우, 신인 작가, 그리고 신인 스태프까지 세컨드를 하셨던 분이 퍼스트가 되고, 또 퍼스트가 감독으로 데뷔하는 모든 식구들의 등용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세계가 꽃피고 정립되는 굉장히 중요한 플랫폼이다. 그래서 상업성 짙은 드라마 산업에서 꼭 지켜야 할 보석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드라마스페셜’에 선보이게 된 작품 ‘크레바스’에 대해서는 “외로운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다. 권태기에 빠진 한 여자가 옛 친구인 한 남자와 재회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고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크레바스’, 인생의 함정에 빠져드는 드라마이자 멜로 스릴러다. 저희는 굳이 비교하자면 ‘부부의 세계’의 공영방송 버전일 수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작품성이 더 좋은 버전”이라고 했다.
‘크레바스’에 출연하는 지승현은 “작품을 읽었을 때 주요 캐릭터의 감정선이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결핍이 굉장히 많은 인물인데, 과연 그걸 내가 대본에 나오지 않는 부분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믿어주시고, 김형묵 선배님과 윤세아 누나 등 훌륭한 분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자신감을 갖고 택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형묵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가, 이 이야기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 누가 함께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나를 두고 고민했다. 많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것 중에서 우리 생활과 가장 가깝고, 항상 이런 이야기들은 절벽에 가면 위험하지만 내려다보고 싶지 않나. 사람의 본성인데 누구나 겪는 가까운 이야기다. 거기서 도덕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자유를 택할 사람도 있다. 그걸 한 시간에 압축해서 끌렸다. 이 얘기라면 밤새 술자리에서 얘기할 수 있는 얘기 같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의 최 PD는 10주년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으면서도, 오랜 시간 명맥을 이어온 것에 내심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10주년인 것을 어제 처음 알았다. 특별히 대단한 소감이 있지도 않고, 제작비를 열배로 주거나 10%라도 늘려줬으면 굉장한 소감이 들어갔을 거 같다”고 뼈 있는 농담을 하면서도, “되새겨보면 ‘드라마스페셜’이라는 것이 매년 방송 유지를 두고 내부와 외부의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많았다. 그걸 10년이 되도록 지켜온 분들이 대단하고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단막이 갖는 의미라고 한다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는 저한테도 연출할 기회를 주는 게 드라마스페셜이다. 드라마계의 스타트업 같은 느낌이다. 실패를 해도 일어설 수 있고 도전해볼 수 있는 장이고 단막극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장유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최초로 영상화한 오피스 드라마다. 우동마켓이라는 중고거래 앱을 배경으로, 그 회사에 다니는 안나라는 인물이 헤비유저이자 불량사용자로 의심을 받고 있는 거북이알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벌어지는 일을 담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최 PD는 “원작은 그만큼 검증이 됐기 때문에 택했다. 책으로 나왔을 때 베스트셀러였고 평단의 반응도 좋았다. 원작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까봐 걱정은 됐는데 이건 단막극이고 저의 데뷔작이고, 저예산으로 만드는 작품 등등 여러 핑계거리가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되지 않을까’하는 무모한 생각으로 선택하고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은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대단한 사건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국적 드라마 문법에 끼워 맞추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어떻게 극적으로, 그림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안나와 케빈의 갈등을 깔았고, 거기에 깔린 유머와 위트가 좋아서 원작을 택했는데 그건 장유진 작가님의 글발로 인한 효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걸 영상으로 옮길 때 쉽지 않은 도전이었는데, 어떻게 영상으로 담을지, 배우들에게 어떻게 연기하라고 말해야 할지가 가장 큰 연출의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단걸’은 11월 7일, ‘크레바스’는 11월 14일, ‘일의 기쁨과 슬픔’은 11월 21일 방송 예정이며, 이외에도 ‘그곳에 두고 온 라일락’은 11월 28일, ‘나의 가해자에게’는 11월 19일, ‘나들이’는 12월 10일, ‘연애의 흔적’은 12월 17일, ‘원 나잇’은 12월 24일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