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100대 기업, 코로나 불확실성에도 투자 확대”

반도체·5G 등 유망업종 버팀목 역할…내수업종은 급감

유동성 확보 위해 현금성자산↑…영업 보단 차입 영향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자료사진).ⓒ삼성전자

국내 100대 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예년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투자액은 63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조6000)억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현금성자산도 50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한경연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투자액 중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25.0조원)로 나타나 반도체가 투자의 버팀목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통신(19.6%), 자동차(11.1%), 전기전자(7.7%)의 상반기 투자증가율이 돋보였다.

한경연은 우리 기업들이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 반도체 등 코로나19 이후 유망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봤다. 음식료(-48.9%), 유통(-56.7%) 등 내수업종의 투자는 급감해 코로나19로 인한 업종별 희비가 엇갈렸다.

한경연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에는 우리 기업들이 IT 산업을 중심으로 예정된 투자를 정상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출액 100대 기업 실적 현황.ⓒ한국경제연구원

반면 올해 상반기 투자액 대비 영업이익이 0.54에 불과했다. 이는 주요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이 투자집행액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최근 5년 중 최저 수준이다.

한경연은 영업이익이 투자액을 크게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업 투자여력 약화 및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해졌다”며 “상반기에는 기업 투자가 예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기업의 투자여력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투자가 위축되면 산업의 미래 경쟁력 훼손은 불가피하다”며 “기업이 확보해 둔 자금이 R&D 투자 등 생산적 부문에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