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 소위 ‘피켓팅’이라 불리는 현상은 공연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유명 아이돌 공연이나 뮤지컬의 티켓 예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매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공연이 다수 중단되거나 거리두기 좌석제로 진행되면서 한동안 예매 전쟁은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대응방침이 세분화되고, 거리두기 좌석제가 완화되면서 위축돼 있던 공연계가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대작 뮤지컬이 잇따라 막을 올리고, 여기에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하면서 관객들도 오랜만에 피켓팅을 경험하면서 행복한 아우성을 내지르고 있다.
내달 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여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돈키호테 역에 조승우·류정한·홍광호가 복귀하면서 치열한 예매전쟁을 벌였다. 지난달 19일 첫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특히 조승우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돼 취소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엄기준·카이·신성록이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에, 옥주현·린아·이지혜가 연인 메르세데스 역에 이름을 올렸다. ‘몬테크리스토’ 역시 지난 9일 2차 티켓오픈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뮤지컬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옥주현과 엄기준이 동시에 출연하는 17일 개막일 회차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20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블랙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도 뮤지컬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에는 몬티 나바로 역에 김동완·박은태·이상이, 다이스퀴스 역에 오만석·정상훈·이규형·최재림 등 ‘핫’한 뮤지컬 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오른다. 현재 오픈된 주말 공연은 모두 매진된 상태고, 평일 티켓 역시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달 6일부터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고스트’와 1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 등이 이어지면서 한때 올스톱되기도 했던 대극장 무대가 활기를 띄고 있다.
클래식 공연도 마찬가지다. 조성진은 지난달 28일 광주를 시작으로 대구, 부산, 창원, 서울, 춘천까지 전국 6개 도시에서 리사이틀 투어를 진행한다. 서울 공연을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이 예매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합창단은 8월22일 유명 영화들의 OST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유행세에 2회(8월22일→9월5일→9월27일)나 공연을 연기했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이 공연은 12월 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이밖에도 클래식, 오페라, 합창, 전통공연 등 장기간 중단되다시피했던 공연계가 다시금 대면 공연을 재개하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연말 대작들의 개막하고,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드디어 공연계에도 전석 매진이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한 칸 띄워앉기를 하면서도 매진이 되지 않는 공연들이 대다수였는데, 최근 공연들이 전석 매진되는 것을 보면 대중들에게 ‘공연장은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에 따른 결과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 방침이 세분화되고, 1단계로 완화되면서 그나마 공연계에서 숨 쉴 구멍이 생긴 느낌이다. 더구나 문체부에서 공연예술계를 지원,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공연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공연예술 관람료 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물리면서 연말 공연계가 특수를 누릴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