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주요국 기준금리 줄인하 속 자산운용 효율 '뚝'
안전 투자 성향도 '발목'…팬데믹 장기화에 은행 '주름살'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외화를 굴려 거둔 수익률이 올해 들어 일제히 1%대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역풍으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심화한데다, 금융 시장의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들이 이전보다 안전한 투자를 추구하고 있는 성향이 맞물리면서 자산운용 효율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얼어붙은 투자 시장의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 같은 흐름이 알게 모르게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이 외화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률은 평균 1.85%로 지난해(2.72%)보다 0.8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봐도 상황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우선 우리은행의 외화 자산운용 수익률이 같은 기간 2.80%에서 1.70%로 1.10%포인트 하락하며 최하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역시 2.47%에서 1.82%로, 국민은행은 2.78%에서 1.92%로 각각 0.65%포인트와 0.86%포인트씩 해당 수치가 낮아졌다. 신한은행의 외화 운용 수익률도 2.84%에서 1.95%로 0.89%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은행들의 외화 운용 성과가 부실해진 배경에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 세계적인 저금리 여파가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주요국들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춰 잡았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통상 투자 수익률도 전반적으로 악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운용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불리한 여건이 펼쳐진 현실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초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불과 2주 새 두 차례의 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0%까지 내렸다. 지난 3월 3일 0.50%포인트 인하에 이어 같은 달 15일 1.00%포인트 추가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단숨에 1.00~1.25%에서 0.00~0.25%까지 곤두박질쳤다. 아울러 유럽은행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유지해 오던 0% 기준금리를 현재까지 계속 동결하고 있다.
이에 은행의 외화 운용에서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는 대출 부분의 수익률은 눈에 띄게 낮아진 실정이다. 4대 은행이 외화 대출을 통해 올린 평균 이자 수익률은 조사 대상 기간 동안 3.12%에서 2.30%로 0.81%포인트 하락했다. 대신 박리다매 경향은 한층 짙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들의 외화 대출 규모 자체는 56조4512억원에서 63조9157억원으로 13.2%(7조4645억원)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확대된 금융 불안에 은행들이 현금 보유를 늘린 점도 외화 자산운용 효율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4대 은행이 다른 은행에 예치금 형태로 맡겨 둔 외화의 평균 잔액은 같은 기간 16조7567억원에서 23조3936억원으로 39.6%(6조6369억원) 급증했다. 그런데 이를 통한 이자 수익률은 1.57%에서 0.52%로 1.05%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외화 투자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기준금리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벌써부터 미 연준은 2023년까지 현재의 제로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둔 상태다. 유럽은행도 지금의 0% 기준금리를 지켜가면서 경기 추이를 살피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렇게 나빠지는 은행의 투자 성적이 고객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데 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 등을 통해 모은 자금을 투자와 대출로 잘 운용해 이익을 남기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수록 은행은 대출 이자율을 낮추는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은행의 자산운용 실적이 잠재적으로 대출 고객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한층 더 심화하긴 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금융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볼 필요가 있다"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이 누증되지 않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 수익률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