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국방개혁…부대 개편 가능성도
무난한 '실용외교', 한미정상회담은 언제쯤
전승절에 李 참석 타진한 中…정부 고심 커져
남북관계 긍정 분위기…통일부 명칭 변경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3일로 취임 30일을 맞은 가운데 1기 내각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1기 외교·안보 진용 후보자도 지난 23일 지명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국방·외교·통일 분야 키워드는 '국방 문민화', '실용외교', '남북관계 회복·복원'으로 요약된다.
64년만의 '문민 국방장관' 시대…군 수뇌부 교체 주목
이재명 정부의 국방 개혁 핵심은 '국방 문민화'다. 통상적으로 군 고위 장성 출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던 관행을 깨며 고강도 개혁을 약속했다.
먼저 민간인 출신의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것이 주목된다.
국방부 장관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예외 없이 대장 혹은 중장 출신으로 임명돼 왔다. 이른바 군내 '파워 엘리트' 집단인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고위 장성이 가장 많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 개혁 출발점에 안 후보자를 세운 것은 12·3 불법 비상계엄으로 불안정했던 '군 기강'을 바로잡고, 문민통제 강화를 비롯해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공언해 온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64년 만에 지명된 군 장성 출신이 아닌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다만 군 수뇌부가 대대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하거나 참여했던 군 수뇌부가 여전히 주요 보직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청문회 준비를 위한 사무실이 마련된 용산 육군회관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제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을 붙박이로 오래 해서 전혀 모른다고 할 수 없지만, 군에 몸담은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최적의 방안이 어떤 것인지 판단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인 출신 장관의 군 조직 장악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하는 것은 문민 국방부 장관의 과제다.
특히 계엄과 탄핵정국으로 인한 군 수뇌부 공백 사태를 우선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군 정기 인사는 통상 상반기는 4월에, 하반기는 10월에 단행한다.
다만 군 인사는 이두희 전 육군 미사일전략사령관이 지난달 신임 국방부 차관에 취임하면서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대의 임무와 역할 재편 가능성도 높다. 비상계엄 당시 동원된 부대는 국군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국군정보사령부 등이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계엄에 가담한 국군방첩사령부와 정보사령부 개편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 방첩사령부가 핵심 개혁 대상으로 꼽히는 가운데 방첩 등 핵심 기능만 남기고 그 외 업무는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첫 한미회담은 숙제…중국 먼저 만날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한미동맹 최우선 등 '실용외교' 아래 숨 가쁜 외교 일정을 소화해 왔다.
다양한 외교 활동을 펼치며 주요국들과의 관계 개선 및 회복에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9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1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차례로 통화한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경우 미국과 중국, 일본 순으로 정상통화 진행해 이 대통령과 비교했을 경우 다른 점이 나타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과의 대화 순서에 대한 의미를 두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 강화 기조와 주요국 정상과의 관계는 앞으로도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취임 12일 만인 지난달 16일에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결정하고 정상 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보다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관계 기반 조성과 이른바 '셔틀 외교' 복원에 뜻을 모으며 관계 개선 의지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G7 정상외교를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했고, 실제로 17일 회담 일정이 사실상 확정되기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무력 충돌 등으로 중동사태가 급박하기 흘러가 트럼프 대통령이 급히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가장 근접한 계기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외교당국의 숙제는 남아있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르면 7월 말 혹은 8월 초에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8일께 방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계기로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 대통령이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정상회담 일정 조율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도 중국이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 이른바 전승절에 이재명 대통령의 참석 의사를 한국 측에 타진한 것으로 지난 2일 알려지면서 이 대통령의 참석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전날 "이 대통령의 중국 9·3 전승절 8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에 대해 한중 간 소통을 하는 중"이라며 "다만 외교채널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냈다.
일각에서는 격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와중에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정상이 참석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표방이 조만간 다양한 해석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남북관계 긴장 완화…'통일부 간판' 바뀔까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관계는 점차 긴장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복원을 최우선 대북정책으로 내걸었던 이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등 긴장완화를 위한 행보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지난달 12일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중지하는 등 일단은 이재명 정부에 호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2023년 말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고 선언하며 남북 연결 철도·도로마저 완전히 끊는 등 남북관계에 더는 미련이 없다는 신호를 강력하게 발신하고 있다.
북한이 당장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메시지와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변화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중 하나는 남북 연락채널 복원일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새 정부 교체를 계기로 북한이 남측과의 접촉에 우호적인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나온다.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남북관계에 걸맞은 이름을 찾아보겠다는 골자지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를 규정한 북한이 사실상 남북 대화에 문을 닫고 있어 부처 간판을 변경할 경우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취재진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통일 전 독일을 벤치마킹해 남북관계를 관리하며 이재명 정부의 통일 정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특히 헌법 제4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배타적인 통일관 보다는 '평화 통일'의 상징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도 통일부 명칭 변경에 정치·외교적 논란 소지와 오히려 기존의 방향성이 분산되거나 혼선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통일부를 평화협력부로 변경하려면 통일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이 우선"이라며 "주적론처럼 정권 교체마다 평화, 통일 명기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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