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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태의 빨간맛] '보건의료 협력'이 아니라 '코로나 대북지원'이다


입력 2020.12.15 07:00 수정 2020.12.15 05:1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백신·치료제 나누겠다면서

'대북지원'이라 말도 못하는 '홍길동 정부'

'김정은 심기 관리'에 여념 없는 모습

스코틀랜드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화이자 코로나 19 백신을 손에 들고 있다. ⓒAP/뉴시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공들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한 '남북 보건의료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은 대한민국이 코로나로부터 안전해지는 것과 직결돼있다"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방편'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지원 가능성까지 피력했다.


북한이 방역을 명분으로 국경까지 걸어 잠근 만큼, 코로나19를 매개로 남북관계 개선 계기를 마련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주민을 위한 보건의료 분야 인도적 지원은 추진해야 마땅하다. 국내 사용분이 넉넉하다면 백신도 치료제도 얼마든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로나 대북지원'을 '보건의료 협력'으로 '포장'하는 정부 입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코로나19는 비말, 즉 침방울을 통해 전파된다. 접촉이 없으면 전파도 불가능하다. 정부가 백신을 제외하고 '최선의 방역 정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해온 건 그런 이유에서다.


남북은 휴전선으로 '불가피한 거리두기'를 이어오고 있다. 더욱이 북한군이 방역을 명분으로 남측 민간인을 해상에서 총살하고 불태운 마당에 남북 간 침방울이 오고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때문에 북한에 대한 백신·치료제 공급은 대북지원이지 보건의료 협력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쩌다 대북지원을 대북지원이라 말 못 하는 '홍길동 정부'가 되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겨냥한 '김여정 담화'에 대한 정부 반응을 보면 '김정은 심기 관리' 말고는 다른 해석이 불가능해 보인다.


김여정이 '앞뒤 계산도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한 강 장관 발언은 △코로나19 대북지원과 관련한 북한의 무반응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가능성 △비합리적인 북한의 코로나19 대응방식 등으로 요약된다. 강 장관은 당시 "북한에 코로나19와 관련한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대북지원 의사를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미 드러난 사실과 그에 기초한 표면적 분석, 그리고 대북지원 기조를 재확인한 '평범한 발언'이었지만, '최고 존엄'의 방역 성과를 선전해온 북한은 김여정을 내세워 발끈했다.


김여정의 네 문장, 207자짜리 경고문이 발표된 날 외교부는 "방역협력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라며 즉각 몸을 낮췄다. 강 장관은 김여정 담화 발표 이틀 뒤 진행된 화상 포럼에서 "코로나19와 그 밖의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관여(engage)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불쾌해할 수 있는 '도움'·'지원'이 아닌 '협력'·'관여'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사실상 김여정 담화문에 '화답'한 셈이다.


'지지율 폭락'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으로 반전을 꾀하려는 사정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사용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 지원 의사를 밝힌 것도 모자라 김정은 심기 관리를 이유로 대북지원이라는 표현까지 거둬들인 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김정은이 언짢아할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이 어떤 심정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국민은 한결같은 저자세 끝에 북한에 백신·치료제를 '가져다 바치는 굴욕'을 원치 않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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