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과 윤석열 사태에 자랑했던 코로나 방역까지 무너져 자멸 직전
‘尹 해임 강행은 완벽한 자충수’ 알고 포기하면 야당 반사이익 상실해
범야권이라고 해봐야 국민의힘이 거의 전부지만, 이들은 지금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조국 사태 이후 여론조사에서 줄곧 희망적인 수치를 점해 오다가 총선 두세 달 전 코로나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 국회 의석의 절대 다수를 내주는 참패를 당한 뒤 윤석열 사태로 다시 승기를 잡게 됐다. 일이 되려면 언제나 그렇듯이 야당에게 돌아온 패는 광(光)이 윤석열 하나만이 아니고 여러 개다. 최소한 3개이다.
시장 원리와 한국민 대다수의 소유 및 전세 선호 의식을 무시하고 공공임대 우선 좌파 부동산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 전세 대란과 집값 폭등으로 민심의 분노가 비등점에 도달해 있다. 부동산은 문재인 정권의 주요 지지 기반인 30~40대와 여성, 서울 수도권 지역의 여론 반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이제 극렬 문빠들 이외에는 곧이듣는 사람이 없어진 가짜 간판을 내건 대통령 문재인 대행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검찰총장 윤석열 축출 작전도 추미애에 대한 반감이 상승작용을 일으킴으로써 국민의 짜증과 염증(厭症)의 온도를 수직으로 끌어 올렸다. 이제 윤석열 징계는 그들의 막무가내 시도에 브레이크가 없음을 확실히 깨달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기정사실로 여겨진 상태이다.
오늘 칼럼 제목으로 ‘정권이 윤석열 몰아내기는 완벽한 자충수라는 걸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어 그것을 갑자기 포기해 버리면 어쩌나’ 하며 반사이익으로 재미 보던 야당이 그 상실을 걱정한다고 했지만, 정말로 문재인 정권이 그렇게 한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그럴 일이 없을 것으로 보이니 이 정권이 안됐고, 야당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친문 민주당 독설가(毒舌家) 최고위원 설훈의 하는 말을 보라. 그는 엊그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징계위원이라면 100% 해임이다. 그러나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정직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5명 중 4명이 호남 출신에다 전원이 친여, 친추(秋) 인사로 구성된 추미애의 징계위가 윤석열을 쫓아내는 결정을 하는 건 이미 정해진 사실인데, 여론이 안 좋은 것 같으니 해임이나 면직 대신 정직을 해서 비난을 살짝 비켜 가고 보자는, 자신을 포함한 친문 집단의 흉계(凶計)를 내비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정직 3~6개월로 관용을 베푸는 모습을 보이면서(그런데, 요즘 국민은 이런 짜고 치는 고스톱에 속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윤석열을 일단 식물화한 다음 내년 초 공식 활동에 들어갈 공수처에 그의 운명 결정을 넘기려 한다는 관측이 있다.
그러나 그런 꼼수대로 전혀 일이 진행되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고 언론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전세 문제 외에 문재인 정권이 그동안 자랑해 마지않았고, 4.15 총선 압승을 비롯한 그들의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 유지에 확실한 버팀목이 되어 왔던 코로나 방역은 이제 무너질 위기로 빠지고 있다. 세 번째 광이다.
이 세 가지 중 앞의 둘은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다수 국민과 언론의 지적과 반대를 거스르고 절대 다수 의석수를 무기로 독재의 칼을 휘두른 결과이므로 그 대가를 치르기 시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코로나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자발적인 국민 상호간 감시(북한의 오호담당제를 연상시킨다)와 낙인(烙印),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생활화돼 거부감이 없는 마스크 착용, 그리고 아시아 국가 특유의 통제가 상대적으로 쉽고 잘되는 문화 등에 힘입어 초중기 유행 시기에는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고, 문재인 정권은 이를 국내외에 선전하기 바빴으며(이 비용으로 국민의힘 주장에 따르면 1200억원의 국민 혈세를 썼다) 그 덕을 톡톡히 보기도 했다.
그러나 K-방역 홍보와 자신감이 지나쳤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너무 일찍 완화하거나 어떤 부문에서는 처음부터 한 번도 제한을 하지 않은 방심이(반대로 반문 세력의 광화문 집회 등에 대해서는 차벽을 설치하고 ‘살인자’들로 규탄하며 질병관리청과 서울시에서 광화문 발 확진자 수를 발표할 만큼 정치적 이용에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3차 대유행을 낳고 있다.
방역 실패도 정부에 책임을 물을 부분이 많지만, 백신 문제는 코로나에 관한 한 대통령 문재인이 결정적으로 고개를 숙여야만 할 매우 중대하고도 심각한 패착(敗着)이다. K-방역 자랑만 하고 정치적으로 써먹을 궁리나 하면서 정작 중요한 백신 확보에는 거드름을 피우다 코로나 종식에 있어서 선진 주요국들에게 역전패를 당하게 됐다는 비판을 받게 생겼다.
영국은 이미 첫 백신 접종자가 나왔고 미국과 캐나다도 지난 주말부터 대륙 전역에 화이자와 모도나 백신 보급을 시작, 요양 시설 거주자와 이 시설 근무 직원들에 대한 접종부터 일제히 개시했다. 호주, 뉴질랜드 등도 마찬가지다. 캐나다의 경우 전체 인구 3800만명의 10배 분(옵션 포함)을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이대로 가면 이들 나라에서는 이르면 내년 여름 쯤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 종식이 가까워지는 반면 한국은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확실한 백신 공급자인 아스트라제네커 제품의 안전성 문제로 승인이 늦어져 언제 접종을 할 수 있게 되는지조차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K-방역 성공이 K-백신 실패로 바뀔 공산이 큰 것이다.
지난 4.15 총선 전후 코로나 방역에 관한 국민 여론은 ‘환호’가 압도적이었다. 85%가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12월 초에는 56%로 떨어졌다. 3차 대유행이 더 악화되고 부정적인 백신 전망이 현실화되면 코로나 방역 성공 여론은 50% 이하로 급전직하할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 문재인이 처한 위기가 이러하니 야당이 꽃놀이패를 가진 것인데, 이 말은 곧 나라와 국민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야당이 패가 없어 한숨을 쉬고 있어야 나라와 국민들의 안녕(安寧)과 복지가 만족스러운 수준에 이르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지 않은 형편에 있는 정권이 위기를 직시하고 그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불행하게도 지난 주말까지 문재인과 민주당은 그런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30% 중반으로 떨어진 여론조사에 친문 의원들이 제시한 그 원인과 처방에 필자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있었다. 지지율 하락은 “180석이나 밀어줬는데도 윤석열 문제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공수처 하나 세우지 못하나?”라는 지지자들의 실망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 공수처법 통과시키고 윤석열 잘라야 한다는 논리이다. 가히 제정신이 아니다. 이게 민주당 친문파와 문빠들의 의식 수준이고 그들의 집단 최면(催眠) 상태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공수처법이 처리돼 드디어 설립이 가능해졌으니 여론조사 결과가 달라졌는가?
당연히 아니다. 더 나빠졌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가 ‘잘못된 일’이라는 사람들이 54.2%였고, ‘잘된 일’이라는 응답자는 39.6%였다. 대통령 지지도는 전주보다 0.7% 포인트 더 내려간 36.7%였으며 부정 평가는 0.8% 포인트 더 높아진 58.2%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대통령도 최면 상태에 있기는 그들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공수처 설치는 대통령과 특수 관계자를 비롯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사정·권력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부패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한 오랜 숙원이며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회가 깊다.”
공수처 설치가 왜 국민과의 약속인지에 관해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간단히 말하면 그 약속이란 대선 공약(公約)을 말할 터인데, 문빠들은 그들과의 약속이라 생각할 것이고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국민들은 “우리는 그런 약속하지 않았는데?”라고 반문할 것이다. 그 국민이 약 60%다.
문재인은 그 60% 국민들에게 대항하고 40%를 지키는 악수(惡手)를 둘 것인가? 꽃놀이패를 쥔 사람들은 그의 이 패착을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법치(法治)는 죽었다’며 대통령의 윤석열 징계 추진은 중지되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는 사실은 거짓말이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