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갈수록 ‘심각’…“생필품 선주문 수요 급증”
대형마트 운영기준 모호…“소비자 컴플레인 등 문제 클 것”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여부를 검토 중인 가운데,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현재 보다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필요한 물건을 미리 주문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은 생필품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같은 필수 시설로 보아야 하지만, 각기 다른 지침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편의점은 제품 판매에 제한을 걸지 않는 반면, 대형마트에는 생필품으로 한정 지어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생필품이라는 기준이 개인마다 각기 다른 데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운영 지침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의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잇따라 1000명을 넘어서면서 온라인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생필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일상 셧다운’에 가까운 거리두기 3단계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사전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3단계 격상을 하거나 2.5단계를 유지하는 게 아닌 변형된 '2.5단계+알파' 또는 새로운 기준의 '3단계'를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단 사고보자’라는 소비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식당 취식금지 등 여러 가지 설이 나오면서 라면, 즉석밥 등 가정간편식 등의 사재기도 급증하는 추세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주문량은 전주(12월 5일~9일) 대비 21%, 전달(11월 14일~18일) 대비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쓱닷컴 역시 전체 매출이 24.6% 증가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대비해 배송 차질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선 상태”라며 “재고 및 배송 관리에 철저히 임하는 것은 물론 추가 인력을 투입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이후 편의점에서도 생필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A편의점의 경우 2.5단계 격상 직후 쌀 등 양곡 매출이 직전주 대비 40% 이상 늘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백화점 대신 이동거리가 짧고 불특정 다수가 밀집되지 않는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사람이 늘면서 생필품 매출 역시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를 방문해 생필품을 사는 소비자들 역시 크게 늘어났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일~15일 라면 판매량이 2주 전 대비 31.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즉석밥 판매량은 12.4% 늘었으며, 화장지와 생수 매출도 각각 37.2%, 7.7% 증가했다.
문제는 향후 거리두기 3단계 시행에 따른 대형마트 영업제한이다. 현재 정부는 3단계 때 시행할 구체적 지침을 놓고 세부 사안을 조정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은 대형마트는 영업을 허용하되 생필품 판매만 허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같은 생필품을 취급하는 곳임에도 편의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온라인으로의 소비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고, 이탈한 고객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부에서 생필품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에 따른 매뉴얼이 확실치 않아 불안감은 더 하다. 이미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다수 대형마트는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에서 생필품 범위를 어떻게 볼건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게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생필품을 보는 기준이 대형마트와 소비자, 그리고 정부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매장에 따라 식품과 비식품과 섞여있거나 진열 전략이 각각 다른데, 편의점처럼 작은 매장이야 금방 옮길 수 있겠지만 거리두기 기간을 위해 재배치 하는 것도 문제”라며 “일정한 제품이 필요해 방문한 소비자에게 일부 제품만 판매가 가능하다고 하면, 거리두기 하라고 해놓고 결국 한 군데서 살 수 있는 동선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객이 선택한 상품이 생필품에 포함돼 있지 않을 경우 판매 거부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에 따른 컴플레인은 당연히 마트가 뒤집어 쓰는 것”이라며 “문제점이 너무나 많다”고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