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사태' 계기로 현정권에 돌아선 진보논객 진중권
"거짓이 진실을 집어삼켜" 지난 1년 남다른 소회 밝혀
"강성 지지층은 사이비 집단…바뀌지 않을 것" 일침
페이스북에 사실상 마지막 글 공개 "가끔 안부 전할 것"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자녀입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것과 관련 "학교에 사직서를 낸 것이 작년 12월 19일. 얼추 1년이 지났다. 이로써 내 싸움은 끝났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거짓이 진실을 집어삼키는 것을 보고, 이러다가 사회가 위험해지겠다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사실이 사실의 지위를 되찾는 데에 무려 1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는 정 교수 재판 결과에 대해 "형량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세게 나왔다"며 "피고와 변호인단이 그동안 법정에서 불량한 태도가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사법적 문제를 정치화한 게 패착이었다"며 "명백한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고 위증을 하거나 묵비를 행사하니, 재판부에서 피고 측이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한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심에서는 정치적 장난은 그만 치고, 인정할 건 인정하는 가운데 철저히 법리에 입각한 변호전략을 짜는 게 좋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사안을 정치화해 놓은 상황이라 이제 와서 혐의를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었지만 지난해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돌아섰다. 이후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아 왔다. 지난 8월엔 진보 진영에서 돌아선 다른 공저자들과 함께 베스트셀러인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일명 '조국 흑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정부, 강성 친문 지지자들, 일부 어용 언론매체와 시민단체를 언급하며 "그들의 정신은 이미 사실과 논리의 영역을 떠났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신도를 '개종'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정의와 평등과 자유는 이미 그 세상을 만드는 '과정' 속에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허위와 날조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대의라면, 그 대의는 처음부터 그릇된 대의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릇된 대의'는 대개 일부 기득층의 사적 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공리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며 "언젠가 대깨문 사이트에서 댓글 하나를 보고 '울컥'한 적이 있다"며 한 댓글을 소개했다.
그는 '부동산대책 때문에 전세에서 월세로 쫓겨났을 때는 문프를 원망도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추스리고 그분을 다시 지지하기로 했습니다'는 댓글을 소개하며 "대통령이 국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또 "가난한 서민들이 이미 가질 만큼 가진 사람들의 특권을 지켜주는 이상한 나라가 됐다"며 "그들이 '개혁'의 대의를 자신들의 사익에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진 전 교수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국민은 주권자"라며 "우리는 일부 특권층의 사익에 봉사하는 신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남다른 소회를 밝힌 그는 "이것으로 제 페이스북 포스팅을 마치겠다. 그동안 감사했다. 가끔 들어와 안부는 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