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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의 정치공학] 나경원 '원정출산 의혹' 종결과 '대깨문'


입력 2020.12.28 09:00 수정 2020.12.28 09:44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출국한 적도 없는 사람 '리치몬드 산후조리원'

운운하며 물고 뜯어…민주당 부대변인도 가세

"국민들에 의해 파헤쳐지기 전 스스로 밝히라"

'조국 물타기' 외 대체 뭘 파헤친단 것이었나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국 사태' 와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친문(친문재인) 극렬 지지자들이 '물타기' 용으로 제기했던 '원정출산 의혹'이 최근에 와서 극적인 형태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하반기 조국 전 장관 본인과 배우자, 아들, 딸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전방위적 의혹에 휩싸이자, 친문 지지자들은 돌연 조 전 장관 검증에 앞장서던 제1야당 원내대표를 공격하고 나섰다. 나 전 원내대표가 아들을 미국에서 원정출산했다는 것이다.


한 친문 지지자는 자신의 SNS에 "혹시 미국 리치몬드에 있는 산후조리원 소문 들어봤느냐. 원정출산 온 한국 황녀들이 몸풀던 곳"이라며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해두겠다"고 마치 뭔가 알고 있는 것처럼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LA 리치몬드 산후조리원은 2000년에 개업했고 나 전 원내대표의 아들은 1997년생이라는 반증이 제시되자, 친문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서는 "그 산후조리원은 2000년 오픈하기 전부터 이미 알음알음 산후조리 장소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는 '카더라'인지 공상인지 종잡을 수 없는 소리까지 나왔다.


공당(公黨)의 부대변인까지 나섰다. 이경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해 9월 19일자 논평에서 "출생증명서를 제출한다면 순식간에 의혹은 사라지고 흔들리는 리더십은 견고해질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 거주 국민들에 의해 파헤쳐지기 전 스스로 밝히는 모습을 추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최근 제시한 소견서·출생증명서 등은 발급일자가 이 무렵 직후로 돼 있다. 친문 지지자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근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집권여당 부대변인까지 가세하자 향후 상황 전개에 대비해 입증 자료를 구비해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 전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자료를 세상에 꺼내놓을 시기를 저울질했다. '조국수호'를 하겠다며 친문 지지자들이 악을 쓰고 있던 그 시절에는 어떤 증거를 내놓든 간에 '오픈하기 전부터 영업을 했다'는 황당무계한 말꼬리 잡기로 억지 논쟁이 이어질 우려가 컸다.


나경원, 아들 군입대에 맞춰 '소견서' 제시하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
"출생증명서 내놓으라"다가 막상 내놓자 "……"
진한 아쉬움만 읽힐 뿐 성찰은 어디에도 없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나라에서 '원정출산 의혹'의 폭발력이 큰 이유는 병역의무 때문이다. 지난 21일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아들이 군에 입대하는 날이 왔다. 이 때에 맞춰 나 전 원내대표는 소견서만 일단 먼저 공개했다.


아니나다를까 친문 지지자들은 일제히 트집 잡기에 나섰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은 로고와 이니셜, 워터마크 등을 문제삼으며 소견서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서장은 "이중국적이 아니라면 출생증명서만 공개하면 단박에 해명이 된다"고 몰아붙였다.


MBC의 송요훈 씨는 "소견서를 공개하는 이유는 뭔가. 이것은 해명이 아니라 국민을 희롱하는 게 아니냐"며 "미국 원정출산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려면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아 공개하면 된다"고 다그쳤다. 한명석 동아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도 "22년 전 분만한 걸 소견서로 발급하는 아주 이례적인 경우"라며 "출산을 증명할려면 출생증명서를 올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친문 지지자들은 출생증명서는 허위로 작성하면 형법 제233조에 의해 형사처벌되지만 소견서는 그렇지 않아,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소견서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추정까지 내놓기도 했다. 형사처벌만 되지 않으면 사람은 뭐든 위조를 해주고 허위작성도 거리낌 없이 할 것이라는, 그들다운 도덕관에 입각한 판단을 한 것이다.


직후 나경원 전 원내대표에 의해 출생증명서와 출입국증명서가 연달아 공개됐다. 소견서를 공격하면서 "출생증명서만 내놓으면 된다"고 그들 입으로 얘기했던 친문 지지자들의 '출구'가 막혔다. 공세가 막힌 것이 아쉬운 듯 "참 이상하다. 어차피 공개할 것을 진작에 출생증명서를 공개하지 왜 소견서를 공개했느냐"며 되레 흑색선전의 피해자에게 따져묻는 반응조차 나왔다.


한 친문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나경원에게 당했다"며 "군대 간다는데 '꿀보직'으로 빠지지는 않는지 철저히 감시하자"는 글에서는 '진한 아쉬움'마저 느껴진다. 근거도 없는 의혹을 무책임하게 확대재생산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어디서도 읽을 수 없다.


현 정권 민정수석·법무장관 지냈던 이 아들은
'의혹'이 아닌 진짜 이중국적인데도 '감시 밖'
"입대 얘기 어찌 됐느냐" 했더니 "난데 없다"
'선택적 감시' 하는 '대깨문'은 '끔찍한 혼종'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반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대학 동기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을 졌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은 의혹이 아니라 실제로 미국에서 태어난 진짜 이중국적이다.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다섯 차례 입영을 연기했다.


지난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서 검증을 받던 시절, 이 점이 문제가 되자 조국 전 장관 측은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둘째가 이중국적 신분이기는 하지만 내년에 분명히 군대에 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군대에 간다는 그 '내년'은 앞으로 나흘이면 저문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지난해 했던 아들 입대 얘기"라며 "입대를 시키지 않으면 이게 또 허위사실유포가 되는 것 아니냐"고 문제삼자, 조국 전 장관은 "난데없이 내 아들의 군 입대 여부를 꺼내는 사람들이 있다"며 "현재 대학원 재학 중이며, 졸업 후 입대한다"고 말했다. 입대의 시기가 바뀐 것이다.


이렇게 사정이 변경됐다면 서민 교수의 문제제기는 더욱 의미가 있다.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 아들의 입대가 지난해 공언했던 것과는 달리 미뤄졌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혀 "난데 없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마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당연한 시민 감시 활동의 일환이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뒤 자축 모임을 가질 때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뭐하실 것이냐"고 묻자, '노사모'들은 모두가 "감시, 감시, 감시"라고 외쳤다고 한다.


명백히 '감시'해야할 대상에 대해서는 문제제기가 '난데없다'는데 동조하고, 반대로 눈을 돌려 새삼 제1야당 전직 원내대표 아들 '감시'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토록 입에 담기 좋아하는 '노무현정신'과도 맞지 않고……'대깨문'이란 참으로 '끔찍한 혼종'이 출현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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