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분담금 조속한 협상 전망…협력 강화될 듯
중국 견제 역할 요구 예상…한일 관계 개선 압박도
문대통령 "우리로서는 한미·한중 관계 모두 중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이로써 한미 관계도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따라 한미 관계는 보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과정에서 '역할'을 요구받는 등 우리 정부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관계의 핵심 현안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조기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을 진행할 거라는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에 최종적으로 10%선을 제안한 바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는 19일 "인준이 되면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의 현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고, 이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미관계를 개선·강화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녹아있는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 규모를 현행 2만8500명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NDAA)안을 처리한 것도 이러한 의미에서 해석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한미 관계 강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는 여러모로 가치지향이나 정책기조에서 유사한 점들이 있고 이른바 '코드'가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한미 관계에 있어 더 큰 진전 이룰 것이라는 그런 기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한국에는 '양날의 검'이 될 전망이다. 미중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상대로 중국 견제 과정에서 정치·경제·안보 등 전분야에 걸친 역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등 반(反)민주주의 국가 견제 목적으로 평가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취임 100일 안에 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로서는 한미 관계, 그 다음에 한중 관계 모두 중요하다"며 "한미 관계는 외교안보에서 특별한 동맹 관계다. 외교안보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 문화, 보건협력, 기후변화 같은 글로벌 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까지 나아가는 포괄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로서는 최대의 교역 국가이고, 한반도 평화 증진을 위해서 협력해 나가야 할 관계다. 근래에는 환경분야 협력도 매우 중요해졌다"며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한미일 공조를 중요시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압박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20일 통화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와 동맹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미 관계에 있어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상당히 부드러운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중 갈등과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협력 참여를 요청받을 것으로 보여 우리 정부의 스탠스가 상당히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물밑에서 적지않은 요구가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외교·안보라인을 개편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새 외교부 장관에 내정한 건, 대미 외교의 새판을 짜고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 대화의 재개를 촉진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측도 외교부 장관 교체에 대해 한미 관계를 강화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풀이했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에 대해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장으로 3년간 재임하면서 한미 간 모든 현안을 협의·조율하고, 북미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외교·안보 현안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다"며 "외교 전문성 및 식견, 정책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맞아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일본·러시아·EU 등 주요국과의 관계도 원만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내정 이유를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을, 국가안보실 2차장에 김형진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를 내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