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月 4만원이 기본소득? 화장품 샘플 수준"
이재명 "천 억대 자산가에겐 푼돈, 서민에겐 거금
말꼬리 왜곡해 공격하지 말고 김세연의 대안 내라
오리너구리 소개하는 사람, 거짓말쟁이 공격 말라"
"오리와 너구리만 아는 사람은 오리너구리를 직접 안보면 믿기 어렵다. 머리만 보고 너구리가 아니라거나, 몸통만 보고 오리가 아니라며 오리너구리를 소개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로 공격하면 안 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론'을 '화장품 샘플 수준'이라고 비판한 김세연 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던진 말이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를 섞어놓은 듯한 유전자를 지닌 특이한 동물이다.
이 지사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본소득은) 생소하며 난제 투성이지만, 필요하다 판단되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고 현실화할 구체적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새 길을 만드는' 정치인이 몫"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인 동시에, 소멸성 지역화폐로 소비 진작과 매출양극화를 완화해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라며 "기본소득으로 공평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목적세를 징수하면 90% 이상의 가구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 일반적 증세보다 국민 동의가 용이하다"고 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7일 자신의 단계적 기본소득 실행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론 예산 조정을 통해 1인당 연 50만원씩 지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조세감면 축소와 증세를 통해 1인당 월 50만원씩 확대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어 "1인당 월 4만~8만원은 천 억대 자산가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오신 김 의원께는 '화장품 샘플' 정도의 푼돈이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저축은커녕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400만원은 엄청난 거금"이라며 "기본소득은 가계지원에 끝나지 않고 매출양극화 완화, 경제생태계의 모세혈관인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지키는 복지적 경제정책임을 아시면서 적은 액수를 타박하시니 안타깝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 반대가 아니라 그 필요성을 인정하신다면, 말꼬리를 왜곡해 공격하기보다 대안을 내고 정책경쟁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반문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토론을 기대하며 발목잡기가 아닌 김 의원만의 실현가능하고 더 나은 기본소득 정책제시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4·15 총선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사실상 잠행을 이어오던 김 전 의원은 전날(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한 달에 약 4만1600원 지급을 두고 기본소득이라 부르는 것은 명칭과 본질의 괴리가 너무 커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단기, 중기, 장기의 명확한 시점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상세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단기'와 '중기'의 내용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화장품 샘플도 화장품이라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실체적으로는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을 작은 양의 내용물을 넣어 두고 큰 포장상자에 '기본소득'이라는 글씨를 써붙여 판매에 나선 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이라 하기 어려운 것을 기본소득이라고 무리하게 부를까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아마도 내년 대선 일정에 맞추어 무리하게 내어놓은 탓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해본다"며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반발의 강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예산 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시점도 못박지 않은 채로 '기본소득 최초 시행'이라는 제목의 성과만 가져가려는 전략이라면, 이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한편 이 지사는 16일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2021년 업무보고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기본소득에 대한 공감대가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며 "삶의 기본이 보장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