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프렌즈'에 음주운전 삼진아웃 김현우 출연
김현우 "사람들에 연락 못해...숨어지냈다" 심경
한 연예인의 음주운전은 여러 피해자를 만든다. 사고를 당한 실제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진 더 넓게는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까지 간접적인 피해가 미치기 마련이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됨과 동시에 프로그램 하차는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해도 김윤상 SBS 아나운서가 술에 취해 승용차를 몰다가 한 주상복합 주차장 벽면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김윤상 아나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 SBS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는 ‘SBS 8뉴스’에서 평일 스포츠 뉴스를 진행 중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다 적발된 배성우도 “변명과 핑계의 여지가 없는 저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출연 중이던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하차했다. 주연 배우가 방영 중 하차하면서 드라마에 적잖은 피해를 끼쳤다. 이미 촬영된 분량은 다시 편집해야 했고, 다음 방송을 준비하기 위해 재정비 기간도 가져야 했다. 배성우가 떠난 자리엔 그의 소속사 이사인 배우 정우성이 투입됐다. 배성우에겐 7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방송사에서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하차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음주운전을 한 연예인을 하차시키는 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적 처벌은 물론, 국민 정서에 반하는 연예인의 하차는 방송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정말 방송사가 음주운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상습적인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이라도 화제성만 갖췄다면 기어코 출연시킨다. 뿐만 아니라 방송은 그들을 위한 해명의 자리를 마련해주면서 간접적으로 대중의 용서를 구하는 아량까지 발휘한다.
최근 방영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프렌즈’가 대표적이다. ‘프렌즈’는 3년 전 ‘하트시그널2’에서 훈훈한 스타일로 인기를 끈 김현우를 출연시켰다. 김현우는 ‘하트시그널2’ 이후 운영 중이던 식당마저 접고 잠적 아닌 잠적을 했다. 음주운전 물의를 빚으면서다. 지난 2019년 4월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면서 2012년과 2013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을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말 그대로 ‘음주운전 삼진아웃’인 셈이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김현우를 출연을 ‘정당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출연진이 궁금해 하는 인물로 모두 ‘김현우’를 지목하는 모습을 교차 편집하는 얄팍한 수를 썼다. 또 제작진은 개별 인터뷰를 통해 김현우의 음주운전 이후 심경을 들어주는 시간까지 마련했다. 시청자들은 원치 않았던 김현우의 해명을 들어야 한다. 구구절절 자신의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하는 김현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경각심 보단, 그 사건 이후 숨어있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거듭 호소했다.
채널A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이들은 상습 음주운전한 연예인에 대해 관대한 처사로 주목을 받아왔다. 김현우에 앞서서도 세 차례의 음주운전으로 자숙 중이었던 길을 지난해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시키면서 대중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2018년 12월과 2019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제1윤창호법, 제2윤창호법이 시행됐고, 사회적 경각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가의 시간만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송가의 이 같은 선택은 프로그램의 화제성만을 쫓다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의 비판을 면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