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김여정 담화 관련 언급할 것 없어"
'외교·비핵화'라는 원론적 기조만 재확인
내부적으론 北 군사도발 가능성 고려하는 듯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앞두고 '경고성 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미국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동맹 공조에 기초한 대북정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외교적 관여와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만 재차 강조했을 뿐이다.
대북관여 의지를 밝혀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을 낮추되, 동맹과 같은 입장에서 일관된 대북정책을 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각) 한미연합훈련에 강한 불쾌감을 표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에서 나온 발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답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우리의 초점은 한반도에서의 안보를 포함해 다양한 문제에 관해 우리의 파트너, 동맹과 협력하고 조율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키 대변인은 미국의 목표는 '외교'와 '비핵화'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며, 한국·일본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이 역내 안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이 오는 18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중국 외교수장과 대면하는 일정을 통해서도 역내 안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위를 조절한 답변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우리의 목표는 항상 북한에 대한 외교와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개인 명의 담화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대남기구 정리,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며 "3년 전 봄날이 돌아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서도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美, 北 도발 가능성 염두에 두는 분위기
대북정책 재검토를 진행 중인 미국이 북한에 대한 '로키(low-key) 대응'을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글렌 밴허크 미 북부사령관은 이날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이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시험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 CNN방송 역시 같은날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에서 북한이 미국 외교·국방 장관의 대북 메시지를 지켜본 뒤 군사도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미 신행정부 출범을 겨냥한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하면 도발하곤 했다"며 "역사는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 초기 몇 달 동안 무언가를 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