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4곳 상장사 매출액 전년비 3.70%↓…영업익 3.20%↑·순익 18.15%↑
증권과 보험 수익성 크게 개선, 은행 실적은 부진…양극화 현상 뚜렷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였지만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전세계에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직격탄을 입었고 수요부진이라는 겹악재가 동시에 발생한 영향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외형은 줄었음에도 이익만 늘어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유가증권시장 2020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연결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694개사(금융업, 분할, 합병 제외)의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70% 감소한 1136조708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20%, 18.15% 증가한 107억4072억원, 63조4533억원을 달성했다. 이같은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연결 매출액은 전년 대비 4.53% 감소했으나 순이익은 같은 기간 대비 15.89%가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부채비율은 115.45%로 전년 대비 2.60%p가 증가했다.
기업별 실적 양극화 뚜렷...불황형 흑자 현실화
업종별 실적을 살펴보면 의약품, 의료정밀 등 5개 업종에서 매출이 증가한 반면 운수창고업, 화학 등 12개 업종에서 매출이 감소했다. 음식료품 등 7개 업종은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기계 등 8개 업종은 순이익이 감소했다.
분석대상기업 597개사 가운데 연결기준으로는 418개사의 당기순이익이 흑자를 기록했고 179개사가 적자를 냈다. 전체 기업 중에 적자를 낸 기업은 29.98%에 달한다.
특히 영업이익의 상위 20개사와 하위 20개사의 양극화가 뚜렷했다. 상위 20개사 중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29.62%가 증가했고, SK하이닉스는 같은기간 대비 84.34%가 껑충 뛰었다. 한국전력공사도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LG전자, LG화학, LG 등 LG계열사들의 전년대비 증가율은 각각 31.15%, 117.85%, 71.20%가 급증했다. CJ제일제당과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1.59%, 21.76%가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 하위 20개사는 SK이노베이션과 S-Oil, 현대중공업지주, 강원랜드, SJ SGV 등이 적자전환했고, 삼성중공업과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SK바이오팜, 한진칼, 에어부산 등이 적자지속상태를 유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격차가 심화됐다.
순이익 증가율의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계양전기는 전년동기대비 7634% 급증했고, SK케미칼도 같은 기간 대비 4981.32%가 껑충 뛰었다. 다만 순이익 감소율이 가장 큰 넥센은 전년동기대비 99.41%나 줄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삼성전자나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기업의 실적은 매우 좋은 반면 한계기업의 비중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K자 현상이 뚜렷해졌다"며 "매출이 줄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늘어나는 불황형 흑자 현상이 나타난 것도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보험 수익성 개선 뚜렷...은행 실적은 둔화
지난해 금융회사 42곳의 실적이 전년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증권과 보험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반면 은행의 실적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으로는 은행을 제외한 금융지주, 증권, 보험 등이 전년대비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증권과 보험은 전년대비 각각 1조7901억원(48.36%), 1조4935억원(40.13%)가 증가한 5조4919억원, 5조214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으로도 증권과 보험은 각각 9529억원(30.96%), 1조281억원(35.02%)가 증가한 4조313억원, 3조963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은행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대비 각각 1180억원(5.21%), 768억원,(4.67%)가 감소한 2조1471억원, 1조565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부실기업 증가로 인한 부실채권(NPL)이 늘어날 수 있어서 실적 부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지난해 동학개미의 주식투자 광풍으로 인한 거래대금 급증으로 실적이 크게 올랐다. 보험사들도 어려워진 가입자들의 계약 해지가 늘어나자 영업율이 개선되며 실적이 늘어나는 효과로 나타났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우려가 존재하지만 올해 경기 펀더멘탈은 안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한 보험사고와 청구건수 감소는 올해에도 이어져 보험사 수익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