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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견제구’ 사라진 이통사, 삼성 독주 우려…단통법 ‘촉각’


입력 2021.04.06 14:00 수정 2021.04.06 14:03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분리공시제 실효성 의문…이통사 지원금 부담만 가중

공시 주기 단축으로 시장 혼란 발생·정보 역차별 우려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1’ 출시일인 지난 1월 29일 오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전화 집단상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국회와 정부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변수를 마주하게 됐다.


이동통신사들은 삼성전자 독주체제가 공고해면서 단말기 유통 과정에서 협상력이 저하되고 지원금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단통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달 23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를 열고 관련 법안을 상정했으나 여야 의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단말기 판매시 전체 보조금을 구성하는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따로 공시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비자들은 자신이 받는 보조금이 누구로부터 어떻게 나오는지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소관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필요성에 공감하며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제도로 올해 업무보고에도 포함돼 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국정감사나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분리공시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지속해서 언급해 왔다.


정부와 여당은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면 제조사 간 경쟁이 붙어 지원금을 서로 더 올리고 소비자가 단말을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휴대전화 매장.ⓒ뉴시스

하지만 이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LG전자 휴대폰 사업 철수로 오히려 분리공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10% 수준인 LG전자 점유율을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흡수하면 국내 삼성전자 점유율은 약 80%에 달하게 된다. 점유율 20% 정도를 기록 중인 애플은 아이폰 구매자들에게 제조사 지원금을 거의 지급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의식해 제조사 지원금을 늘릴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애플처럼 지원금을 아예 없앨 것이라고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이통사가 그나마 남아 있던 LG전자라는 ‘견제구’조차 잃게 된 상황에서 제조사 지원금 공개를 통한 시장 경쟁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없게 된 셈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로고.ⓒ방송통신위원회

그렇다고 정부가 삼성전자 등 제조사에 지원금을 강제할 수도 없다.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국내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는데 사실상 이 제도가 삼성전자만 압박하는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통위는 휴대폰 유통점이 제공하는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상향하고 지원금 공시 주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규제 완화를 통해 이통사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나 분리공시제와 함께 도입될 경우 제조사 지원금 축소로 이통사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지원금 공시 주기가 짧아지면 스팟성 보조금이 살포되고 이통사 정책에 따라 지원금 규모가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현재도 불법보조금을 근절하지 못해 누구는 비싸게 구매하고 누구는 싸게 샀다는 소비자 불만이 팽배하다. 공시 주기를 더 단축하면 경쟁 활성화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정보 격차가 심화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제 도입 후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 국내 제조사 지원금을 아예 폐지해버리면 현행 수준의 지원금을 유지하기 위해 이통사 등골만 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LG전자 휴대폰 사업 철수가 단통법 개정안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분명하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은 물론 단통법 개정안 취지에 맞게 근본 논의부터 다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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