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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총수 공인' 정의선, 지배구조 개편만 남았다


입력 2021.04.30 11:10 수정 2021.04.30 11:1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으로 순환출자고리 끊을 듯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연말까지 현대글로비스 지분 처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현대오토에버 합병 등으로 실탄 확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대자동차그룹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명실상부한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지난해 10월 회장으로 취임하며 내부적으로 ‘대관식’을 치른 데 이어 이번에 ‘국가 공인’을 받게 된 셈이다.


다만 여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9일 현대차그룹 동일인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했다.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정의선 회장으로의 동일인 변경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공정위는 정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차 지분 5.33%와 현대모비스 7.15%에 대한 의결권을 정의선 회장이 포괄 위임 받고 있어 사실상 최대 출자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수용했다.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그룹은 1조원 규모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현대오토에버와·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등 계열사 간 합병, 기아 사명 변경 등 경영상 중요한 사항들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점도 “지배력이 불가역적으로 전이된 것으로 확인된다”는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정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정부가 시장 지배력 남용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의 잣대로 삼는 기준점 역시 정 회장이 됐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규제 관련 사안들이 ‘미래’가 아닌 ‘현재’의 숙제가 된 셈이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순환출자 고리 어떻게 끊나


현대차그룹은 큰 틀에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 고리를 끊는 가장 합리적인 방식은 기아차→현대모비스의 모-자회사 관계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7.15%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상속이 이뤄질 상황은 아니고, 상속을 하더라도 상속세 문제가 걸려 있다.


결국 정 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토에버 등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활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게 최선이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투자 및 핵심부품사업부를 존속법인으로 두고 A/S 부품 및 모듈 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0.61대 1 비율로 합병하는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시장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이 직접 나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여러 의견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새로운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2018년 개편안은 다시 시도되긴 힘들어졌다.


다른 방식으로는 현대글로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를 두는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자동차 반조립(CKD) 사업부를 기아차에 넘기고 그 대가로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현대글로비스의 CKD 부문 사업가치는 4조원대로 평가돼 기아차가 가진 현대모비스 지분의 대가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공정경제 3법’ 중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포함된 ‘일감 몰아주기 금지 강화’ 조항이 걸림돌이다. 개정안은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되는 총수 일가의 지분을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완성차와 부품 유통이 주업인 현대글로비스의 사업구조로 인해 정 회장을 비롯한 오너 지분율을 20% 미만으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갖고 있으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가진 6.71%를 포함하면 30%다. 연말까지 10%를 처분해야 한다.


◆정의선 회장 보유 글로비스, 엔지니어링, 오토에버 지분이 열쇠


현실적으로 가장 잡음이 적은 방식은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들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기아차로부터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기업공개(IPO) 추진에 나선 것도 이같은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되며, 상장 이후 시장에서 이 수준의 시가총액을 인정받는다면 이 회사 지분 11.72%를 보유한 정 회장은 지분 매각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정 회장이 9.57%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오토에버도 이달 초 현대엠엔소프트와 현대오트론을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다른 주요 주주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인 만큼 정 회장의 지분을 매각해도 지배구조상에는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정 회장이 가진 가장 큰 재원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이다. 내년 초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슈가 걸려있는 만큼 올해 중으로 이 지분 일부를 현금화해야 한다. 재계에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18년 시도했던 분할합병 방식은 이미 시장의 저항을 확인했고, 다른 방식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건과 같은 법정 시비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핵심 계열사간 분할합병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정 회장이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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