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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체제 공고히 한 이재용 앞에 놓여진 3대 리스크


입력 2021.05.03 13:23 수정 2021.05.03 13:42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구속 중으로 반도체 투자 등 산적한 현안 대응력 약화

연이은 재판으로 언제 끝날지 알수 없는 사법리스크

‘삼성생명법’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입법리스크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삼성 총수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세 신고·납부로 상속 문제가 일단락됐지만 남은 과제들이 만만치 않다.


경영권을 승계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영어의 몸으로 재판과 함께 각종 현안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등 입법리스크도 상존해 있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이 회장의 삼성 계열사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지만 다양한 변수로 처해 있는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현재 수감 중이어서 자유로운 경영 활동이 제한되고 있는데다 재판도 이제 시작하는 단계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법리스크에 지배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입법리스크까지 그의 앞 길은 산넘어 산이다.


◆ 영어의 몸으로 재판 대응까지...커지는 투자 차질 우려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재 구속돼 수감 중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구속됐고 지난 3월에는 급성 충수염 수술로 3주 가량 입원하기도 했다.


영어의 몸으로 병환까지 겹치면서 경영 현안을 제대로 살펴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월 구속 수감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변호인을 제외하고는 면회나 접견이 제한되면서 경영 현안을 보고받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삼성전자는 국내외에서 반도체 투자 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현지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설을 검토 중으로 텍사스주 오스틴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3공장(P3) 생산라인 투자도 결정을 해야 한다.


오스틴 공장은 투자금액이 약 170억달러(약 19조2000억원) 안팎으로 평택 P3 라인은 전체 투자 금액이 최대 50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여 어느때보다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1월 4일 임직원들과 함께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주최한 반도체 공급망 화상회의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은데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반도체가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 부회장의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옥중에서 상속 문제를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이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오롯이 홀로 결정해야 하는 경영 현안과는 분명 결이 다른 문제다.


또 재판 리스크도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을수 있는 요인이다. 국정농단 재판이 끝나자마자 시작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입원으로 한 달 가량 연기된 재판은 지난달 22일 재개됐으며 오는 6일 두 번째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제 1심의 시작단계에 불과해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기소로 시작됐던 국정농단 재판은 지난 1월에 최종 결론나며 약 4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합병의혹 재판이 국정농단 사건보다 사안이 훨씬 복잡하고 내용도 방대해 최종 판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찰과 경찰이 각각 수사 중인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도 기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구속 중에 두 개의 재판에 대응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3월 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공소 제기 안건에 7대 7 찬반 동수로 결론내렸지만 검찰은 한 달이 넘도록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 보험업법 개정안, 삼성 지배구조 아킬레스건되나


사법리스크 외에 입법리스크도 이 부회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생명법’으로 일컫어지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상황이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지만 보유 주식 평가 기준이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규정돼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8.51%(5억815만7148주)의 취득원가는 총 5444억원으로 삼성생명 총자산(336조5693억원)의 0.16%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경.ⓒ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하지만 현재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은 계열사 주식 평가 기준을 ‘시가’로 평가하기 때문에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평가 금액이 삼성생명 총 자산의 3%인 10조970억원을 초과하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재 삼성전자 주당 가격이 8만1000원대에 형성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평가 금액은 40조원이 넘어 30조원이 넘는 금액에 해당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돼 있는 삼성의 지배구조에 약한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유산으로 삼성생명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삼성생명 2대주주(보유지분율 10.44%)로 올라서면서 그룹 지배력을 한층 강화한 상태다. 당초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했지만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20.76%)의 절반(10.38%)을 물려받으면서 자신의 경영 체제를 더욱 견고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삼성물산에 넘기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지분을 넘겨 받게 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30%로 높여야 한다.


현행법에선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삼성물산(지난해말 기준 자산총액 54조3317억원)이 32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인수하면 지주사로 전환된다.


또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만 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가 의무 보유해야 하는 자·손자회사 지분율이 20% 이상에서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4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상향)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5.01%로 삼성생명의 보유 지분 8.51%를 전량 넘겨 받는다고 해도 삼성전자 지분 17% 가량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한다.


서울 서초동 삼성서초사옥 전경.ⓒ데일리안DB

하지만 현 삼성전자 주가를 감안하면 막대한 자금이 드는 만큼 현실적으로 어렵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4%를 삼성전자에 매각하는 등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삼성물산이 바이오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바이오 사업 지분 매각은 명분도 약할 수밖에 없다.


또 계열사들간 주식을 매각하는데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천문학적인 세금 부담도 이를 불가능에 가깝게 만든다. 법인이 보유주식을 팔면 매각차익의 22%에 달하는 법인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에 주식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물어야 하는 세금에 삼성물산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매각시 발생하는 세금까지 감안하면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금액만 수 조원은 기본으로 향후 주가에 따라 두 자릿수 이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계열사간 거래로 그룹 전체로 보면 실질적인 이익은 없는데도 시세차익 명목으로 세금만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가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스스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 문제를 해결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앞으로도 첩첩산중”이라며 “글로벌 기업의 총수가 손발이 묶인 상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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