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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공항건설에 4조 투입?…"지자체 사업" vs "대선 앞둔 평화쇼"


입력 2021.05.11 04:30 수정 2021.05.10 21:5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남북사업 '지자체 역할' 강조해온 통일부

"인천시 자체 사업"이라며 선 그어

인천시장 "장기적 관점의 학술 용역"

평양국제공항에 고려항공 여객기가 주기장에 계류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남북 교류협력에 있어 지자체 역할을 강조하는 가운데 인천시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북한에 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연구 용역을 실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남북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인천시 대북구상이 '지자체 자체 사업'이라며 거리를 뒀고, 야당은 '대선을 앞두고 평화쇼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인천시가 지난해 5월 국립한국교통대학교 컨소시엄에 의뢰한 '인천공항 대북 교류거점 육성 방안 용역'과 관련해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사업으로 알고 있다"며 "사업 취지나 추진 경과 등에 대해서는 인천시에 확인할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통일부가 관련 사업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실무적인 차원에서 협의 등이 있었는지는 한 번 더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해당 용역은 북한 지역 공항 9곳을 정비하거나 새로 건설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하며 관련 소요 예산은 4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그 밖에도 인천 영종도와 황해도 해주 등을 연결하는 서해남북평화도로 건설안(1조8000억원), 해상·항공 복합운송 터미널 건설안(780억원) 등도 용역 대상에 포함돼 추산된 예산의 총액은 6조3214억에 달한다.


이 대변인은 "해당 사업이 아직 용역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천시에서도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도의 용역을 진행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통일부와 지자체 간 다양한 협의체 등을 통해 구체적 방안이 협의될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 용역이 단기간 내에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정부 역시 관련 구상에 선을 그은 모양새지만, 정부가 최근 지자체 중심의 남북 교류협력 방안에 힘을 싣고 있어 향후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대북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말 개최된 지방자치단체 남북 교류협력 정책협의회에서 "앞으로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은 보다 확대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남북 교류협력도 지자체의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통일부 고위당국자 역시 남북 간 공식대화 재개를 위해 "조건·여건을 성숙시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이전에라도 민간 차원이나 지자체 협력이 먼저 (성사)된다면 평범하지만 창의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양순안공항 국제선 2층 탑승 대합실(자료사진) ⓒ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野 "文정부 평화쇼, 北 호응 가능성"
인천시장 "빛바랜 색깔론"이라며 반박


야당은 인천시 대북구상의 실현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대선을 앞둔 시점에 관련 논의가 불붙은 것은 '북풍'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고 평가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현 집권세력은 대한민국 경제와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북한 정권의 안위와 어려움만 걱정하는 '북한 바라기 정권'"이라며 "남북 간 일체의 경제협력 사업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 유엔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까진 유엔 결의안 위반이다. 대북 합작사업으로 국민을 현혹시키려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인천시 대북구상을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로 규정하면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 정권이 가짜 평화쇼를 벌여 또 한 번 재미를 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임기 1년을 남긴 문 정부가 지지율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북 퍼주기'를 매개로 북한과 접점을 마련해 차기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문 정부가 야심 차게 기획했던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미 평화쇼'는 흥행은커녕 공연 자체가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재집권을 위해서는 북한 정권과의 묵계 하에 국민과 전 세계를 현혹할 제2의 평화쇼가 절실한 처지다. 무리한 선군정치로 최악의 경제난·민생고에 허덕이는 인민들을 현혹시킬 대형 프로젝트가 절실하기는 북한 김정은 정권도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남춘 인천시장은 같은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해당 연구 용역이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됐을 경우를 가정해 공항이 위치한 인천시가 어떤 역할을 해나가야 할지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한 학술 용역"이라며 "남북·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지금, 누구를 위한 빛바랜 색깔론인지 참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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