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주택 관련 핵심업무 외 비주력 업무, 별도 자회사로 이관 거론
"LH 사태 본질 잊은 혁신안…정보 접근 및 권한 독점 문제 해소 안 돼"
정부가 이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혁신안을 이번 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공급 등 핵심업무는 LH에 남기고 비주력 업무는 별도 자회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자칫 보여주기식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정 협의를 거쳐 조만간 'LH 조직 혁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혁신안 초안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1개 지주사와 2~3개의 자회사를 두는 구조다. 지주사는 3기 신도시 투기 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보·권한의 집중을 막고 자회사를 견제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매입·전세임대와 임대주택 정책 등 주거복지사업은 지주사가 맡는다.
LH는 토지·주택·도시재생 업무를 중점적으로 하는 핵심 자회사로 개편한다. 이밖에 주택관리나 상담, 사옥관리 등 비핵심 사업은 별도 자회사로 분리해 이전한다.
지주사가 임대주택 공급을 맡고 서로 다른 자회사가 토지와 주택을 각각 담당할 것으로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안이다. 이와 함께 LH의 완전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에 임대주택 업무를 이관하고 이를 분리해 LH의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여러 개 방안을 놓고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까지 관련 협의를 마무리 짓고 최종 혁신안을 내놓겠단 방침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LH 사태의 본질을 잊은 혁신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재 내부에서 검토되는 방안들은 일부 차이가 있지만, 결국 투기 논란을 불 지핀 토지·주택 관련 업무는 그대로 LH에 남기 때문이다.
관련 소식이 전해지자 실제 시민들은 "조직 내 썩은 부분을 도려내지 않고 자회사로 귀찮은 업무를 넘기는 게 쇄신이고 혁신이냐"라며 "해체 운운하더니 결국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LH를 더 방대하게 키우는 방안만 나오겠다"라고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현재 거론되는 혁신안으로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다는 견해다.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권한이나 정보 독점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방안이 검토된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LH의 막대한 빚을 누가 떠안을 거냐는 문제가 있다 보니 바로 조직을 해체하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토지공사, 주택공사, 주택관리공사 등 LH 조직을 과거처럼 온전히 분리하고 토지공사는 철저히 관리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단지 지주사를 마련해 컨트롤하겠다라는 건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 역시 "단순히 조직을 나누는 것만으론 행정 비효율만 부각시킬 뿐"이라며 "정부에선 해체 수준의 개혁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로 혁신안이 나온다면 해체라고 보기 힘들며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진단했다.
이어 "조직을 슬림화하고 전체적인 사업 계획 등은 LH가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다 하되, 실질적인 사업 실행은 각 지자체 공사에 맡기는 방법이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LH 조직 자체를 어떻게 해체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실질적인 공공의 신뢰 회복이나 부동산 투기 문제, 각종 비리 등을 차단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LH는 대표적인 공기업이고 국민의 집 문제와 직결된 만큼 파급력이 크다 보니 이번 이슈를 통해 그간 해이해진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강한 시그널이 필요하다"라며 "이 과정에서 지주사 체제든 조직 자체를 별개로 분리하든 그건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LH를 지주사로 전환하면 무너진 공공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투기 당사자들을 일벌백계할 수 있나"라며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문제의 본질을 까먹은 이 같은 방식으론 시장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