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페어 컬처①] 버리는 게 쉬워진 세상에서, 고쳐 쓰는 사람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5.30 12:01  수정 2021.05.31 14:57

서울시, 4억원 규모 예산 투입...도시전환랩 사업 진행

"업사이클링 인기, 실제 소비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 많아"

ⓒ서울시

물건을 쉽고 싸게 구매하는 만큼, 버리는 것도 쉬운 시대다. 반면, 이런 시대에서 ‘고쳐 쓰기’를 묵묵히 실행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엔 많은 기업들이 ‘업사이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업사이클링은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ing)의 합성어로, 쓸모가 없거나 버려질 수 있는 폐기물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제품 혹은 작품으로 만드는 행위를 말한다. 재활용함으로써 환경적 가치를 살리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질적 가치까지 높인다는 뜻으로, ‘새활용’으로도 불린다.


서울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억원을 투입해 지속가능한 도시전환랩 사업을 진행한다. 도시전환랩은 저이용, 재사용, 재활용 등 자원 순환과 먹거리, 친환경 에너지 등 탈탄소사회로 이행을 위해 전환적 생활 방식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진행된 총 8개의 실험 프로젝트 중 눈길을 끄는 건 도시에서 버려지는 커피찌꺼기를 이용해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는 사업이었다. ㈜도시광부는 공덕역, 신촌역, 홍대입구역 주변 37개 지역 카페가 참여해 실험 실행 기간인 지난해 5~12월 중 9주간 커피찌꺼기 총 1171kg(일 평균 26kg)을 수거했고, 공덕역 등 지하철 화장실 99개 변기에 설치해 악취를 줄이는데 사용했다.


1대 업사이클링 전문가로 불리는 박미현 대표가 운영하는 업사이클 기업 ㈜터치포굿의 활동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들은 나와 내 주변에 버려진 자원을 다시 돌아보고 작은 실천으로 지구에 다시 ‘봄’이 오도록 지역사회의 쓰레기에 대한 시선과 습관 전환을 유도했다. 이들은 ▲소비자가 본인 용기에 물건 등을 담아가는 것에 참여할 ‘담아가게’ 5곳 모집 ▲담아가게 마을지도와 간판 제작 배포 ▲단추 개발 ▲곱창밴드 키트 개발 ▲폐플라스틱으로 생활소품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의 성과를 만들었다.


ⓒ푸드업사이클링 기업 리하베스트

‘세상을 밝히겠다’는 뜻을 지닌 사회적기업 ㈜인라이튼은 수리·수선 장인을 발굴하고 수리·수선이 필요한 시민과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전자제품의 수명을 늘리고 전자쓰레기 배출량은 줄이는 식이다. 이들은 서울 지역 수리·수선점 350개소를 지도에 반영한 리페어 맵(수리·수리 지도)을 제작했고, 오래된 전축 등 고장난 제품을 받고 수리 후 다시 보내주는 비대면 리페어 카페(수리 공방)도 운영했다.


인라이튼 측은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혁신 제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생산-사용-폐기’의 선형적 산업구조를 자원이 환원되어 다시 쓰이는 지속가능한 구조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롯데마트는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무라벨 생수를 출시하고, 맥주 공장에서 나온 부산물(맥아)을 재가공해 에너지바와 피자 등의 음식을 만드는 국내 첫 푸드업사이클링 전문 기업도 등장했다. 또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최근 공병공간을 리뉴얼 오픈해 공병 업사이클링 체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엔 현재 총 60여개의 업사이클링 전문 브랜드가 존재한다. 이 산업은 2005년 즈음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15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여전히 인지도는 낮다고 호소한다. 업사이클링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가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확실히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소비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업사이클링 제품은 거둬들인 사용 불가능한 물품들을 재가공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들고,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져 더 멋스러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어낸다. 결국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업사이클링 제품의 가격은 비교적 높다. 이 관계자는 “재활용품인데 왜 비싸냐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은 아쉽다”면서 “재활용이라는 특성상 갖는 제품의 희소성과 환경보호 등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조금씩 늘어나면서 시장이 조금씩 확대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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