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부족, 중개업소 외벽도 '텅텅'…"보여줄 집도 없어"
전문가 "결국 매물 잠김 현상 심화로 집값 오를 수 밖에"
"매물을 싹 거둬들였어요. 임대 물건은 조금 있는 편인데, 매매는 없어요. 차익을 다 가져간다는데 팔려고 하겠어요?."
6개월간 유예됐던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된 지난 1일 찾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한 공인중개업소. 기자와 만난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간간히 걸려오는 전화도 임대 매물을 찾는 문의일 뿐 매수할 집을 찾는 이들은 드물었다.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매수자들의 기대감이 관망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중개업소에서 으레 외벽에 부착하는 매물 홍보지도 갈아 끼우지 않은지 한참 됐다고 한다. 양도소득세 부담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였기 때문이다. 부촌이라는 강남권 서초구민들도 양도세는 부담스러운 듯 했다.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도 팔 생각이 없고, 더 내릴 거라 생각하는지 지금 당장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한동안은 이런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이 75%(조정대상지역 기준)로 오른다. 지난 6개월간 유예된 단기 거래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양도세제는 1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세율을 기존 40%에서 70%로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1년 이상 2년 미만을 보유한 주택에 적용되는 세율은 기본세율(6∼45%)에서 60%로 상향됐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도 10%p씩 오른다. 예컨대 서울에서 10억원의 시세차익을 보며 집을 파는 3주택자의 경우 차익분의 최대 75%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여기에 지방세까지 더하면 납부해야 할 금액만 8억원이 넘는다.
현장 중개사들은 매물 품귀에 울상이다. 살 사람이 나와도 보여줄 물건이 없다고 한다. 거래는 자연스럽게 주춤했다.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뭐 물건이 있어야 살 사람이 찾아와도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사라고 하죠. 근데 보여줄 게 없으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는 말 밖에 할 게 없다"고 했다.
세금 회피 매물이 빠진 후 호가도 슬금슬금 오르는 중이다. 직전 거래가 대비 2억원 정도 내린 22억8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던 서초래미안 전용면적 111㎡는 현재는 최저가가 24억5000만원에 등록됐다.
다른 강남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히려 더 심각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데다, 양도세 마저 겹치면서 매물이 '0'에 가깝다고 한다.
대치동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냥 제로 상태에 가깝다"며 "안 그래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거래도 안 되는데 양도세 부담마저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집을 팔 생각을 안한다. 요 몇달 째 매매거래는 하나도 못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수석위원은 "다주택자의 입장에서도 주택가격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세율까지 인상됐기 때문에 보유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렇지만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것은 더 부담스러운 양도소득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매물로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 보유의 주택들은 당분간 시장에 출하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며, 하반기 증여로의 자산 이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필명 빠숑)은 "내놓을 사람들은 다 내놨다. 지금부터는 저렴한 가격에 나올 수 없는 1주택자들의 매물들"이라며 "결국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으면서 거래가 막힐 것이고 집값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