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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판타지 히어로엔 열광했지만…판타지 멜로는 외면하는 시청자


입력 2021.06.07 09:15 수정 2021.06.07 09: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시청률 4.4%→2.8%

'간 떨어지는 동거', 남자 주인공 구미호 설정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흥행한 드라마의 공통점은 '판타지 히어로'였다. '경이로운 소문', '빈센조', '모범택시'는 과거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달리 정의로운 방법이 아닌, 악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여기에 드라마가 담아내는 문제들은 현실과 맞닿아 있어 주인공들이 명쾌하게 악을 단죄하는 점이 드라마의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됐다.


이같은 흐름의 시작은 '경이로운 소문'이었다.초능력을 가진 악귀 카운터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경이로운 소문'은 OCN 개국 이래11%(닐슨, 전국)라는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마피아 변호사를 내세운 tvN '빈센조'가 14.6% SBS 복수대행을 하는 김도기가 주인공인 '모범택시'가 15.3%의 시청률로 좋은 성적으로 퇴장했다. 이 드라마들은 약자들을 대신해 권선징악을 이루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오락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빈센조', '모범 택시'가 종영하자 안방극장에서는 새로운 판타지 주인공들이 등판했다. tvN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간 떨어지는 동거'는 남자 캐릭터를 각각 인간이 아닌 '멸망', '구미호'로 설정, 판타지 히어로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화제성과 시청률면에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주인공 멸망(서인국 분)은 무언가를 멸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인물이다. 그런 멸망이 불행한 삶을 살아온 인간 탁동경(박보영 분)과 사랑을 하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자신으로 인해 탁동경이 불행해졌다고 생각해 애써 마음을 부정한 멸망이 마음을 고쳐 먹으며 로맨스 서사가 시작됐지만 시청률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4.1%로 시작한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는 2.8%까지 떨어졌다. 서인국, 박보영이라는 로맨스에 강세를 보여왔던 배우들이 출격했지만 이름 값에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이혜리와 장기용이 주인공인 '간 떨어지는 동거'도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999세 구미호 신우여(장기용 분)와 쿨내나는 99년생 요즘 인간 이담(이혜리 분)이 구슬로 인해 얼떨결에 한집 살이를 하며 펼치는 비인간적 로맨틱 코미디로 평점 9.97점의 동명 네이버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웹툰 주인공과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리며 원작팬들은 만족시키고 있지만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까지에게는 닿지 못하고 있다. 첫 방송은 5.3%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이후 2회 4.3%, 3회 4.1%, 4회 4.4%에 머물고 있다.


판타지 멜로는 이미 시청자에게 익숙한 장르다. '별에서 온 그대',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 등 탄탄한 스토리와 신선함으로 중무장한 드라마들이 판타지 멜로의 한 획을 그었다. 이후 판타지 멜로 드라마들이 바통을 잇기 위해 출격했지만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진 못하고 있다.


판타지 멜로의 부진은 중장년층을 사로잡지 못한 설득력도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한 방송 관계자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젊은 시청층은 TV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한다. TV의 주 시청자는 중장년층인데, 이들까지 몰입시킬만한 판타지 멜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판타지 히어로 같은 경우는 현실에 맞닿아있는 문제를 다뤘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공감이 유효했는데 현재 방송되는 판타지 멜로 드라마는 현실과 간극이 있다. 예로 '어느날 멸망이 우리집 현관으로 들어왔다'는 멸망이란 캐릭터의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봐야하는데, 그 수고로움을 감수할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느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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