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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여전히 치열하게 훈련하는, 베테랑 배우 유준상


입력 2021.06.16 08:39 수정 2021.06.16 08:39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비틀쥬스'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개막

저세상 텐션 비틀쥬스 역, 정성화와 더블캐스팅

ⓒCJ ENM

배우 유준상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열정’이다.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누비는 배우로서는 물론, 감독과 작곡가, 뮤지션으로서 쉴 틈 없이 일을 하면서도 전혀 지친 내색이 없다.


올해만 해도 뮤지컬 ‘그날들’과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 출연했고, 4월 개봉한 ‘스프링 송’에서는 제작과 감독, 주연, 시나리오, 음악까지 1인 5역으로 활약했다. 또 7월엔 단편 영화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이달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라이선스 초연하는 뮤지컬 ‘비틀쥬스’의 타이틀롤로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은 1988년에 제작된 팀 버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신혼집에 낯선 가족이 이자오자,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유령 비틀쥬스를 소환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준상은 극중 98억년을 산 비틀쥬스를 연기한다. 어떤 역할을 줘도 보란 듯 해내는 유준상이지만 뮤지컬 ‘비틀쥬스’ 앞에선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1997년 뮤지컬 데뷔작인 ‘그리스’에 도전했던 그 시기까지 떠올려야 했다.


“‘그리스’ 때 새벽까지 연습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 순간이 떠오르더라고요. 자다가도 일어나서 대사를 중얼거리고, 매일 아침 산에 오르면서도 마찬가지였고요. 20년을 무대에 올랐는데 이 작품처럼 큰 벽에 부딪혀보긴 처음이에요. 결국 처음 그 때의 마음으로,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정해진 시간 동안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까 잠을 줄여가며 연습했죠.처음 안무 연습을 하곤 말도 못할 지경이었어요. 하늘이 노랗게 보이더라고요. 내가 다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고, 나도 끝났구나 싶기도 하고요.”


ⓒCJ ENM

꾸준한, 치열했던 훈련은 결국 빛을 발했다. 도저히 해낼 수 없을 것 같았던 안무도, 긍정적인 생각과 반복되는 연습량으로 이겨냈다.


“어느 순간 꾸준히 훈련된 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동요됐어요. 그 높았던 장벽이 거둬지면서 ‘이렇게 해나가면 되겠구나’라는 포인트가 생기더라고요. 결국 ‘내가 미치지 않고서는 이 공연을 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훈련을 거듭한 끝에 얻은 결과죠. 이 작품이 제게는 또 다른 것을 시작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기점이 될 것 같아요. 이제는 제가 준비한 걸 관객 여러분들께 빨리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젠 좀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웃음).”


체력적인 문제는 물론, 그가 고민한 부분은 또 있다. 대사를 분석하는 과정이었다. 미국식 유머가 강한 뮤지컬로도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을 한국 관객들의 정서에 맞게 전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배우들은 연출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무대 위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대사를 철저히 분석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인간이 느낄 공통분모와 더불어 그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분석 작업을 통해 하나하나 발견했어요. 오랜 분석 작업을 거치고 나니 생각이 가벼워지더라고요. 막연히 대사를 치게 되면 이런 작품 같은 경우는 그들을 흉내 내는 것에서 머물 수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공연될 ‘비틀쥬스’는 한국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야 했죠. 원작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더 신중하게 분석한 것 같아요. 다만 이 대본이 단순히 미국식 코미디는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미국에선 스탠딩 코미디로 풀었다면, 우리는 진심으로 풀어내고 대하면 그 상황이 재미있게 다가올 거라고 확신했죠.”


ⓒCJ ENM

유준상이 쉴 틈 없이 달리면서도, 지치지 않고 한결 같은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건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가 큰 몫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에서, 사람들에게서, 또 일상적인 주변의 풍경을 통해서도 ‘힐링’을 느낀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누리는 힐링의 방법과 모양은 모두 다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달라져요. 제가 존경하는 수묵화가 소산 박대성 선생님은 아침마다 글을 써요. 70년을,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결 같죠. 그 모습을 보면서 전 엄청난 힐링을 느끼고 왔어요. 제 인생에 있어서 좋은 분들을 만나고, 그런 분들에게 영향을 받고, 그 모든 것들이 저에겐 힐링이에요. 무작정 쉰다고 힐링은 아니잖아요. 일을 하고 그 주변을 산책하며 풍경을 보는 것이 저에겐 쉬는 시간이나 다름없죠.”


“무대는 저와 평생 함께 할 공간이고, 무대에서 얻는 에너지들이 드라마, 영화에서도 펼쳐지는 것 같아요. 이밖에도 음악이나 제작 등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들이 유준상이란 사람 안에서 일치되는 것 같아요. ‘비틀쥬스’를 통해 20년 넘게 해왔던 노력들이 헛되지 않은 걸 알게 됐고, ‘비틀쥬스’ 덕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이젠 체력만 잘 관리하면 60살 까진 무대에 설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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