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원인이라기엔 ‘갤럭시A42’와 칩셋 같아
중저가 가성비폰 없애고 플래그십으로 ‘업셀링’ 유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A52’의 국내 출시 일정이 안갯속에 빠졌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거듭 출시가 연기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달 전파인증을 마친 갤럭시A52를 이달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7~8월로 한 차례 연기했다. 이어 최근에는 출시 일정이 9월 이후로 밀리면서 사실상 국내 출시가 무산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부품 물량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인도·유럽 등 다른 국가에는 올해 3월부터 진작 출시되기 시작한 반면 비교적 판매량이 적은 국내 출시가 유독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경쟁자가 사라지자 가성비 경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진 삼성전자가 ‘업셀링’(Up-selling·특정 상품 카테고리 안에서 구매액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을 위해 갤럭시A52 출시를 미루고 있다는 해석이다.
갤럭시A52는 50만원대 중저가 제품임에도 그동안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만 탑재되던 광학식 손떨림 방지(OIS) 기능이 추가되고 120헤르츠(Hz) 화면 주사율을 지원하는 등 뛰어난 가성비로 출시를 기다리는 국내 소비자들이 많았다.
실제 스마트폰 커뮤니티에는 ‘갤럭시S21’ 대신 갤럭시A52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글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정식 출시를 기다리다 못해 해외 직구로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는 후기들도 있다. 현재 오픈마켓에서는 해당 제품의 해외판 공기계 자급제폰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지면서 중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제조사는 사실상 삼성전자 하나만 남게 됐고, 적극적인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자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내놓기보다는 갤럭시S21 시리즈 등 플래그십으로 업셀링을 유도하려는 전략적 이유로 갤럭시A52 국내 출시를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칩 부족이 원인이라고 하기에는 지난 3월 이미 국내에 출시돼 판매 중인 ‘갤럭시A42’와 갤럭시A52가 같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퀄컴 스냅드래곤 750G를 사용한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LG전자라는 ‘견제구’가 사라지면서 삼성전자가 국내 출시 스마트폰 라인업을 가성비 중저가 제품이 아닌 저가와 고가 플래그십으로 이원화해 소비자 선택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A52 국내 출시 일정에 대해 “출시 전 제품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