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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vs 선별, 재난지원금 범위 놓고 정부와 여당 힘겨루기 ‘3라운드’


입력 2021.06.24 16:31 수정 2021.06.24 16:33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35조 초과 세수 바탕 정부 2차 추경안 준비 박차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놓고 당·정 의견 엇갈려

홍남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생각 안 해”

민주당 “모든 국민에게 지급한다는 것이 원칙”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부터 의견을 달리해 온 재정 당국과 여당이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재난지원금을 포함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한창인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내달 초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다시 한번 선별 지급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반대로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원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22일 박완주 정책위의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한다는 것이 당의 원칙”이라고 강조했고, 24일에는 위성곤 국회의원 등이 기자회견을 열어 “5차 재난지원금은 1차 재난지원금과 마찬가지로 어떠한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


재난지원금 시작부터 지금까지 1년여 동안 홍 부총리는 ‘선별적’을, 여당은 ‘모두에게’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첫 재난지원금 지원 당시 홍 부총리는 소득 하위 70%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총선을 눈앞에 두고 있던 여당은 전 국민 지급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여당 뜻대로 됐다. 전 국민 지급 압박을 이기지 못한 홍 부총리는 당시 당·정·청 회의에서 “기록으로라도 (반대) 의견을 남기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어진 여당과의 정책 갈등에 홍 부총리는 그해 11월 사직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2~4차 재난지원금은 지급 대상을 조금씩 달리하며 선별 방식으로 지원됐다. 매번 대립은 있었지만 1차 때만큼 치열하지는 않았다. 여당에서도 빚을 내 발행하는 추경에서 계속 전 국민 지원을 주장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다 올해 3월 지급한 4차 재난지원금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여당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공교롭게도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포함한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홍 부총리는 다시 선별 지급을 주장했다. 홍 부총리가 도덕경에 나오는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라는 표현까지 빌린 결과 선별 지급이 결정됐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책의견·정치행동 그룹 '더좋은미래'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할 것을 당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제 상황·재난지원금 효과 등은 홍 부총리 유리
대선 앞둔 여당 ‘정치적’ 판단에 쉽게 양보 못 해


결과적으로 큰 논란이 없었던 2차와 3차 재난지원금을 빼면 여당과 홍 부총리는 각각 1번씩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큰 틀에서 이번이 3번째 승부인 셈이다.


경제 상황만 보면 선별 지급에 무게가 실린다. 각종 지표를 보면 지난해보다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백신 접종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도 예전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전 국민 지급을 주장하기엔 과거와 차이가 난다는 게 일부 경제학자들 지적이다. 여기에 그동안 재정확장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계속 커져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통한 통화량 조절 필요성까지 언급하는 상황이다.


재난지원금 효과를 연구한 결과도 홍 부총리에 유리하다. 지난해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가계부문 유동성 위험 점검과 정책적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재난지원금과 같은 현금지원은 취약계층에 한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현금지원 외 나머지 가구에는 담보대출 같은 신용지원이 더 낫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번 추경에서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초과 세수가 35조원 가까이 예상되는 만큼 여당은 돈을 쓰는 데 부담이 적다. 홍 부총리가 “일부는 채무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금액마저 2~3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까지 있다. 이번 재난지원금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 마지막 재난지원금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만큼 전 여당이 국민 지급을 끝까지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냉정하게 분석한다면 지난해 1~4차 때보다 경제 상황이 위급하지도 않을뿐더러 전 국민 지원에 대한 효과 논란도 있는 만큼 선별 지급이 바람직해 보이지만 이건 정치적 이해관계를 제외했을 때 얘기”이라며 “정권 말, 대선을 앞둔 시점, 지난 보궐선거 참패 등 여당의 정치적 상황을 대입한다면 결코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여당이 먼저 신용카드 캐시백 방법을 제안했다는 것은 여당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일정 부분 부담을 느낀다는 의미일 수 있다”며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표면적으로나마 선별 지원 형식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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