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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이슈] OTT 접수하고 방송가까지 침범…영향력 더 커진 유튜브


입력 2021.06.25 09:17 수정 2021.06.25 15:25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달라진 영상 트렌드, 방송가에도 반영"

'유튜브용 콘텐츠'도 이제는 옛말이다. 유튜브에서 뜨는 콘텐츠를 OTT에서 볼 수도 있고, 유튜브에서 화제였던 직장인 브이로그(v-log)는 이제 지상파에서도 만날 수 있다.


지난 1월 유튜버 이과장이 제작한 숏폼 드라마 '좋소좋소기업'(이하 '좋좋소')가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신입사원 조충범의 중소기업 적응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유튜브 특유의 '날것'의 맛을 살려, 중소기업의 척박한 현실을 가감 없이 그려냈다.


화제 이후 무대는 더욱 넓어졌다. 방송 이후 왓챠를 통해 미공개 영상이 포함된 확장판을 선보이게 됐다. 시즌3까지 방송 중인 현재 유튜브 공개 하루 전 왓챠에 독점 공개하는 형식으로 유튜브와 OTT 시청자 모두를 사로잡고 있다. 유튜브는 물론, 왓챠에서도 최근 한 달간 시청률 상위 5% 작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앞서 유튜버 김계란이 연예인, 크리에이터들의 해군특수전전단(UDT) 훈련기를 다뤄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던 '가짜사나이'도 왓챠로 역진출을 했었다. 이 외에도 양어장을 운영하는 동물 유튜버 하하하의 콘텐츠를 시리즈로 재가공해 선보이기도 했다.


1인 유튜버들이 만든 콘텐츠들이 가능성을 인정받고, OTT 무대로 진출해 가능성 충분한 정식 콘텐츠로 인정을 받고 있다.


ⓒMBC

방송가에서도 유튜브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가짜사나이'의 성공 이후 출범한 '강철부대'가 등장했으며, 유튜브에서 치자 골프 예능들이 우후죽순 제작되고 있다. SBS 웹예능 '문명특급'은 '문명특급-컴눈명 스페셜'을 통해 지상파 특집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됐다. 인기 유튜버들이 방송에 진출해 주목받던 것을 넘어 유튜브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표방하고, 직접 선보이는 사례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의 표현 방식을 방송에 접목하며 달라진 시청 패턴을 반영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현재 숏폼, 스핀오프 등을 통해 TV와 웹을 오가고 있는 나영석 PD는 이미 지난해 실험적인 시도를 한 바 있다. 당시 숏폼 형식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는 TV 예능이 지루할 수도 있다는 판단 하에 경량화, 파편화를 시도한 것이다. 당시 tvN을 통해은 노동, 요리, 과학, 미술, 여행, 스포츠 등 각기 다른 소재를 10분가량의 짧은 코너인 숏폼으로 구성해 보여주는 '금요일 금요일 밤에'를 선보였다. 시청률 면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도로 이목을 끌었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방송 초기 '릴레이 카메라'로 유튜브 호흡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었다. 출연진이 제작진의 개입 없이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촬영을 한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유튜브 문법을 끌어왔었다.


유튜브에서 흥한 직장인 브이로그를 그대로 접목시킨 MBC 예능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은 새로운 관찰 예능으로 각광받으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반인 직장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한 화면을 보여주고, 연예인들이 스튜디오에서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다. 연예인들의 직업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는 현실감이 부족해 직장인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방식으로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유튜브 예능프로그램 '네고왕'의 성공 이후 방송가에서도 SBS '맛남의 광장', KBS2 '랜선장터' 등 라이브 커머스를 접목한 예능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또 이 방식은 댓글창을 통한 쌍방향 소통에 익숙한 젊은 층들에게도 관심을 받고 있다.


'금요일 금요일 밤에' 방송 당시 나 PD는 "방송가 종사자들은 다들 일정 부분 위기감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TV만 보는 시대는 지났지 않나. 지금 시청 패턴으로는 7~80분을 보여드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제작자가 이 니즈에 맞춰 다른 걸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이제는 과거 '유튜브라 가능했던' 방법들이 방송가에서는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 되고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달라진 만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브이로그가 유튜브에서 확산된 것은 맞지만, 그걸 접목한 방송들이 인기를 끌고 주목을 받은 건 우리가 영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영상 트렌드가 달라졌고, 그것이 방송사에도 반영이 돼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제 누가 먼저냐, 다음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웹에서 먼저 했다고 해서 방송가에서 위계를 따지는 시대도 지났다. 이제 트렌드가 나오면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고, 지상파도 그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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