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무용수’ 타이틀”…연기 경력 40년차, 채시라의 도전 [D:현장]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5.08 16:15  수정 2025.05.08 16:15

전통연희극 ‘단심’서 용궁 여왕 역

5월 8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정동극장

배우 채시라가 ‘무용수’로 데뷔한다. 8일 개막하는 전통연희극 ‘단심’(單沈)을 통해서다.


채시라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열린 전통연희극 ‘단심’(單沈) 프레스콜에서 “무용수 채시라”라고 자진을 소개한 뒤 “꿈에 그리던 ‘무용수’라는 타이틀이 제 이름 앞에 붙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감격스러운 무용수 데뷔 소감을 전했다.


ⓒ국립정동극장

채시라에게는 앞서 ‘제45회 서울무용제’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한국 무용수로 무대에 선 바 있지만, 정식 공연으로는 이번 ‘단심’이 무용수 데뷔작이다. 그는 “배우가 되기 전 무용수를 꿈꿨고, 배우가 된 이후 몇몇 작품에서 춤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갈증이 컸는데 좋은 기회에 ‘단심’으로 데뷔하게 됐다. 무대에서 15분 가까이 퇴장하지 않고 춤과 연기를 하게 돼 굉장히 꿈 같다”면서 “이번 연습 과정을 ‘훈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생각하시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했다. 앞으로도 무용수라는 단어가 제 이름 앞에 붙어서 갈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1985년 배우로 데뷔한 연기 경력 40년차 채시라는 용궁 여왕 역을 맡았다. 채시라는 “너무 신나는 것만 생각했는데, 중간에 ‘내가 이걸 왜 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걸 넘어서야만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평소에도 도전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주변에서 그런 모습이 귀감이 된다고 평가해주시는데, 오히려 내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이를 초월해 누구나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건 너무 의미 있는 일이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사실상 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채시라에게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지만, 채시라는 무용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서 무용수로 인사를 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쁘지만, 저 말고도 많은 무용수들이 있다”면서 “특히 군무로 출연하는 친구들이 너무 애썼다. 그들이 있기에 우리 작품이 빛나는 것 같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창작진의 극찬도 이어졌다. 정혜진 안무가는 “(채시라의) 마인드가 긍정적이다. 안 되는 게 있으면 밤 10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연습했다. 오죽하면 몸이 상하거나, 다칠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면서 “그 간정을 보면서 역시 대배우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안된다고 쉽게 고쳐달라고 하지 않았고. 더 춤을 추길 원했다. 그 마인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박수를 보냈다.


정구호 연출 역시 “채시라씨 때문에 용왕을 용궁 여왕으로 바꾼 건 아니다. 심청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어서 따뜻함을 느껴보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 용왕을 여왕으로 바꿔서 그 따뜻함을 느꼈으면 했다”면서 “여왕 역에 어떤 배우를 캐스팅할까 생각하다가 채시라씨에게 제안하게 됐다. 용궁 여왕 그 자체”라고 감탄했다.


ⓒ국립정동극장

‘단심’은 고전 설화 ‘심청’을 모티브로 심청의 내면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앞서 국립정동극장은 올해 K-컬처시리즈 첫 작품으로 5631명의 관객을 모은 ‘광대’를 선보였으며, ‘단심’은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2023년 뉴욕 링컨센터에서 ‘일무’를 선보이며 한국무용 공연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정구호 연출과 정혜진 안무가가 의기투합했다.


작품에선 심청 역으로 조하늘, 박지연 두 명의 무용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심청과 심청의 내면을 분리해 두 명의 무용수가 각각 연기하는 식이다. 정구호 연출은 “어떻게 해야 기존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심청의 시점에서 준비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옛날엔 ‘효’(孝)사상이 가장 중요했지만,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100% 만족할 만한 일인가 생각하다가 심청과 내면의 심청을 분리했다. 왜 인당수까지 가게 됐는지 등 익숙한 초반 스토리는 과감히 삭제하고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게 된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안무가는 “새롭고 재밌고 한국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공연이라 고심이 많았다. 이전에 심청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것들이 방해가 됐다. 정구호 연출이 방향을 잘 잡아주셨다”면서 “1, 2, 3막의 색감과 질감이 모두 다르다. 모든 주제를 심청의 시각에서 그렸고 무엇보다 스토리텔링은 미니멀하게 담고, 춤으로 충실하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심’은 무용의 정수와 같은 작품”이라며 기대를 높였다.


‘단심’은 6월 28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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