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대출 정책에 비판 쏟아냈던 민주당
대선 다가오니 판박이 대책으로 내로남불 재현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사려는 가계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겠다”
“상환 기간을 크게 늘린 초장기 모기지 상품을 출시해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
얼핏 들으면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금융정책을 요약한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 후 처음으로 내놨던 4·1 부동산 대책의 핵심 골자이기도 하다.
당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서민들보고 빚을 져 집을 사라고 하는 무책임한 정부란 비판을 쏟아냈다. 대출 이자를 갚느라 생활 형편이 쪼들리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를 정부가 양산하고 있다는 날선 목소리였다.
시간이 지나 정권은 교체됐고, 민주통합당에서 수차례 이름이 바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됐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렇게 비판하던 가계대출 대책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러나 실제 마주한 현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6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LTV가 상향된다는 건 가계대출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가 그 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같은 달부터 만기가 40년에 달하는 초장기 모기지 상품도 내놓기로 했다.
문제는 과거와 상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가계부채 대책은 같은 내용이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었던 이유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유래를 찾기 힘든 부동산 과열에 직면한 실정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건 주택담보대출이 끝 모르고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2년 말 397조8124억원이었던 국내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올해 4월 말 기준 697조8837억원으로 300조원 넘게 급증했다.
금융권에서는 "또 선거철이 다가왔구나"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집 못하게 하는 정부는 선거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논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얘기다. 정권 내내 대출을 옥죄기만 하던 문재인 정부도 결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니 태세 전환에 나섰다는 쓴 소리다.
어느 정부든 가계부채 얘기만 나오면 이전 정권을 손가락질하기 바쁜 모습은 어느덧 우리 정치권의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 속에서 표류하는 가계 빚 대책은 서민들의 어깨만 무겁게 만들고 있다. 또 다시 다가오는 포퓰리즘의 계절이 두렵기만 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