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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 장모…재명아, 나는? 내 딸은?


입력 2021.07.05 09:47 수정 2021.07.05 08:47        데스크 (desk@dailian.co.kr)

후보 사생활, 처가 문제는 언제나 유권자들 안주 거리

그러나 정치 양극화는 그보다 더 끊기 어려운 중독성

ⓒ데일리안 DB

영웅호색(英雄好色).


영웅은 여색(女色)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은 대개 인물이 괜찮다. 일선 기자 시절 국회의원들을 보면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우나탕에서 바로 나온 듯 유난히 번쩍거렸던 전 의원 한광옥( 4선)이 기억난다. 그들은 사주팔자로나 신언서판(身言書判,체구. 언변. 글씨(학문). 판단력)으로나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태어났음에 틀림없다.


대권 도전에 나서는 사람들은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들 중에서도 발군(拔群)이니 ‘호색하는 영웅’ 반열(班列)에 들어간다. 좋지 않은 사생활 소문이 돌아다니기 쉽다. 북미나 유럽 선진국에서는 이 사생활 문제로 후보들이 낙마도 한다. 1988년 민주당 대선 후보 프런트 러너(Front Runner, 선두 주자)였던 게리 하트(Gary Hart, 84)가 혼외정사(불륜)로 꿈을 접은 게 대표적 사례다.


동양은 좀 다르다. 낙마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 정계에서 ‘남자의 허리 아래 문제는 묻지 말라’라는 말은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문제를 언론에서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다. 남녀 간의 은밀한 관계라 진실을 밝히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문화 차이가 커서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시대는 달라졌다. 서울과 부산 시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물러나거나 자살해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나라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후보 여자 문제(?)가 이런 폭발력을 일으킬 것인가? 여권 선두 주자 이재명과 야권 대표 주자 윤석열이 여자와 처가 관련 얘기로 유권자들에게 안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윤석열에게 비판적인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던 ‘쥴리’ 루머가 마침내 본인의 입으로 부인됐다. ‘쥴리’란 윤석열이 2012년 늦장가를 들어 부인이 된 김건희가 접대부(룸살롱?) 생활할 때 사용했다고 하는 이름이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다. 호텔 호스티스를 했다는 말도 있다. 김건희는 이것을 아니라고 직접 말한 것이다.


그녀는 최근 한 유튜버 매체에 나와 “나는 석사학위 2개에 박사학위 1개를 가진 사람이다. 공부하느라 바빠 쥴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이건 그냥 소설이자 정치적 이득을 위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간부와 동거했다는 설에 대해서도 “당시 여러 친구들과 같이 살았기 때문에 동거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김건희가 ‘결백’하다면 그것은 매우 고약하고 더러운, 윤석열에 반대하는 편에서 생산해 확산시킨 전형적인 마타도어 수법이다. 증거가 없는, 그냥 소문내고 보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추미애가 ‘소설을 쓰시네’라고 할 때의 소설과 위 악성 루머를 소설이라고 할 때의 소설은 같은 의미다. 지어낸, 사실이 아닌 이야기. 그러니 소설가협회에서는 추미애에게 그랬던 것처럼 필자에게도 고소할 생각은 말았으면 좋겠다. 추미애는 사실을 소설이라고 비난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반면 필자는 김건희가 소설을 소설이라고 주장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보아서다.


윤석열에게는 부인 본인의 과거(?) 외에 부인의 어머니, 즉 장모 문제가 또 갈 길을 험하게 만들고 있다. ‘책임 면제 각서’에 의해 6년 전에는 공모 무혐의가 됐던 요양 급여 부정 수급(受給) 사건이, 윤석열에게 이를 가는 열린우리당 의원 최강욱 등에 의한 고소로 재수사가 이뤄진 끝에, 엊그제 열린 1심 재판에서는 법원이 윤석열의 장모에게 유죄를 선고, 법정 구속했다.


처와 처가 때문에 윤석열은 표를 잃을 일만 남게 생겼다. 김건희는 또 주가 조작 사건으로도 수사를 받는다. 이는 2013년 경찰이 내사 중지한 사건이다. 윤석열 본인 문제가 아니고, 처와 처가 사건이 대부분 결혼 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해도 한국 사람들 정서가 어디 그런가? 그가 검찰총장일 때는 때리면 커졌는데, 대권 후보가 된 이제는 때리면 상처 나게 돼 있다.


반대편에 있는 이재명도 강 건너 불구경할 처지는 아니다. 어쩌면 윤석열보다 더 치명적인 폭탄이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그 그림자는 배우 김부선이다. 한때 연인 관계였다는 그들 사이에 무슨 말 못 할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오랜 기간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안주다.


이 지면에 차마 쓸 수 없는 말들이 있으니 그 안주의 효능과 폭발력을 말해 무엇 하랴. 김부선은 자칭 진보좌파로서 말발도 세고 순발력도 좋은 여자다. 이재명이 김부선을 만난 건 운명이 아닐까 한다. 일어서려 하면 붙잡고, 또 일어서려 하면 늘어져서다.


그녀가 이재명이 형수에게 쌍욕을 한 데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SNS에 “재명아, 나는? 내 딸은?”이라고 물으며 자신들에게도 (불륜 관계를 부인하며 내팽개친 이재명은) 사과하라고 한 말은 신문들이 제목으로 뽑은, 이재명을 무척 아프게 하고 난감케 하는 기습 카운터 펀치였다. 그녀는 또 자신에게만 이재명이 털어 놓았다는, 그의 경천동지할 가족의 비밀 ‘한방’도 장착하고 있음을 공개했다.


바야흐로 구경꾼들은 흥미진진하고, 당사자들은 무슨 줄이 타는 국면으로 ‘여자 문제’들이 발전되어 가고 있다. 윤석열에게는 부인과 장모, 이재명에게도 형수와 김부선 두 여자가 있었지만, 사과와 함께 형수 문제 하나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정치에서 판단의 가장 결정적인 잣대는 진영이다. 정치적 양극화(Political Polarization)가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처럼 서로 절대 넘을 수 없는 성(城)을 쌓고 있다. 내가 편드는 후보의 문제는 마타도어지만, 내가 반대하는 후보의 문제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정치 양극화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안주의 중독 효과가 아무리 커도 양극화를 극복할 수는 없는 정도로 우리들의 마음은 깊이 갈라져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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