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백종원 클라쓰’
한국 문화 접하는 외국인들 주인공
케이팝(K-POP)은 물론, 한식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디어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역할도 달라졌다. 한국을 제대로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문화를 제대로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대한외국인’을 비롯해 MBN ‘한국에 반하다-국제부부’, KBS2 ‘백종원 클라쓰’의 공통점은 모두 외국인들이 출연진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종영한 JTBC ‘77억의 사랑’과 tvN ‘케이팝 어학당-노랫말싸미’ 등 외국인은 예능프로그램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외국인 예능’ 트렌드가 최근 시작된 것은 아니다. ‘미녀들의 수다’와 ‘비정상 회담’ 등에서는 토론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다룬 바도 있으며, 강남과 사유리, 샘 해밍턴 등 이미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꾸준히 활약 중인 외국인 스타들도 다수 있다.
한때는 서툰 외국인들의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되거나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 트로트 등을 구성지게 부르는, 한국인 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들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가 됐었다. 이후 ‘미녀들의 수다’를 거쳐 ‘비정상 회담’에 이르면서는 ‘문화적 차이’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들의 입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직접 들으면서 한국 문화와 어떤 것이 다른지를 짚어보곤 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은 외국인들의 칭찬, 또는 반응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접하며 더 나은 방향을 고민하는 것은 좋지만, ‘외국인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경향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 문화의 위상이 달라지면서부터는 미디어에 등장하는 외국인들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필두로 다수의 아이돌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이다. 드라마, 영화는 물론 한국 요리와 식문화까지도 글로벌한 관심을 받고 있다.
외국인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가 주인공이 되고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한국 내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국내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통해서, ‘대한외국인’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퀴즈를 풀면서, ‘백종원 클라쓰’에서는 한식 만드는 방법을 배우면서 문화를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이전에도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외국인들을 다루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들의 반응, 시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얼마나 제대로, 잘 소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 중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는 외국인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국제 학교 기숙사를 배경으로 하는 이 드라마에서는 조교 세완(박세완 분)을 제외하면 제이미, 샘, 한현민, 민니, 요아킴, 카슨, 테리스 브라운 등 대부분의 출연진이 외국인 학생들로 구성됐다.
이들 역시 더 이상 한국 문화를 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이 어떻게 한국에 왔고, 또 어떤 것이 달라 힘들거나 좋은지를 설명하는 과정은 생략됐다. 그저 케이팝을 즐기고, 한국 드라마, 음식을 자연스럽게 소비하는 기숙사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굳이 ‘차이’를 말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PD는 이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 문화라는 것에 세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예전에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전 세계 젊은이들의 문화 중심지인 적이 있었다. 최근의 서울에 대해서 문화적으로 그런 것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 작품에도 다양한 인종, 민족들이 모였으니 그 특성을 재밌게 다뤄볼 수 있지 않냐고 하던데 이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스테레오 타입을 다루는 것이 이제는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느낀 것을 담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과거 많은 예능에서 그런 것들은 다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