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MR 화려한 성능 '페이퍼플랜트' 불과
개발과정서 혁신설계 개념 제거될 확률↑
개량 SMART 활용해 SMR시장 선점해야
정부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을 위해 '혁신형 SMR(i-SMR)' 개발을 추진 중이다. 예비타당성조사와 연구개발을 거쳐 SMR 시장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2030년 이후 건설 및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SMR 시장에서 시간이 곧 경쟁력임을 감안할 때 이제 시동을 건 i-SMR 수출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에 "정부가 추진할 혁신형 SMR 기술개발 방향과 지난 24년간 개발해 온 '스마트(SMART)'와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SMART는 전세계 SMR 중 최초 표준설계인가(2012년)를 받고 기술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최고 SMR로 평가받는 미국 '뉴스케일(NuScale, 2012년)'에 비해 8년이나 앞섰다. SMART를 개량하고 실증로를 건설하면 수출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I-SMR 개발과 개량형 SMART 수출을 병행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이야기다.
정부 "SMART는 구식…경제성·안전성 향상된 i-SMR 개발"
현 정부는 'SMART가 이미 구식 모델이 돼버려 경쟁력이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는 SMR 선택지에서 SMART를 배제하고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3세대 개량용 i-SMR 개발을 추진 중이다. 연내 i-SMR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연구개발을 통해 2028년 인허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이 모든 일정이 차질없이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건설 및 상용화는 2030년 이후부터 진행된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8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산업부와 과기부가 협업해서 지금 차세대 SMR 연구 개발에 대한 예타를 진행 중인데 올 가을 예타 신청 예정이다"며 "기술 확보를 위한 노력이고 실제 기술을 확보하는 시간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 "i-SMR 개발 성공 보장 안돼…SMART+ 수출 병행해야"
하지만 i-SMR 개발에 주력하는 정부의 계획에는 치명적 맹점이 존재한다. 우선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킨 모델'이란 건 리얼플랜트(검증된 계획)가 아닌 페이퍼플랜트(문서상 계획)에 불과하다. 이에 2028년 상용화라는 목표를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이전 모델에 비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모델 개발에 성공한다는 보장도 사실상 없다.
한 원자력계 원로는 "정부의 i-SMR 계획이 지금은 근사한 계획처럼 보이지만 페이퍼플랜트에 불과하다"며 "향후 경제성, 인허가 등을 고려해 실제 실증모델을 추진하다보면 혁신설계 개념을 하나씩 제거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ART를 개량화해 표준설계인증(SDA) 변경인가를 받으면 충분히 SMR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i-SMR 개발에 소요되는 장시간 동안 SMR시장에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SMART를 수출에 활용해 세계 SMR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시환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i-SMR 개발이 10년은 족히 걸릴 것인데 수출상품으로 세계원전시장에 내놓으려면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i-SMR을 수출상품화에 나서기 전에 우리나라가 개량 SMART(SMART+)을 수출 상품화해 세계 SMR 원전 시장을 선점하도록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원자력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SMART 원자로의 설계개념을 NuScale, mPower, ACP100과 비교해볼 때 이미 많은 혁신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SMART 설계에 혁신설계개념을 추가로 도입한 SMART+로 설계 변경인가를 받으면 안전성 제고와 경제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SMR 컨트롤타워 절실…인허가 규제 간소화해야"
이뿐만 아니라 국내 SMR 개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된다. 우선 원전 상업화와 수출은 산업부가, 기술개발은 과기부가 주도하고 있어 SMR 전 과정을 통제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세계 원전 시장이 소형모듈원자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해외 마켓팅, 사업체제, 재원조달, 공동 설계, 실증로 건설, 인허가 규제, 세계 시장 진출 전략 등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중소형 혁신원자로 개발 및 수출을 위한 컨트롤타워로서 '중소형 혁신원자로 개발단(가칭)'을 설립·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SMR 인허가 절차 간소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차세대 혁신원자로 관련 인허가 관련법규 개발과 규제제도의 선진화를 병행하지 않으면 SMR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SMART 사업을 통해 뼈저리게 절감했다"며 "세계 최고수준의 I-SMR 개발사업이 SMART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를 간절히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