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대책만 수십 차례
제대로 된 콘트롤타워 안 보여
표 의식한 정치권 입김만 가득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완벽한 실패로 평가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외부 평가가 아니라 정부 스스로, 대통령마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언급할 정도다.
현장에서는 정부 대책이 불신을 넘어 조롱을 받고 있다. 정부가 특정 지역에 내놓는 ‘핀셋’ 대책 또한 실제로는 뒷북 대처 또는 땜질 대응이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부동산 투기는 전 국민 공분을 자아내기도 했다. LH 사건을 직원 개인 문제로 치부하더라도 정부 정책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으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과 땜질식 처방을 지적한다. 이런 설익은 대책이 시장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표를 의식한 정치권 입김에 정부가 휘둘리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내놓은 부동산 대책 26차례…‘백약이 무효’
한 여당 정치인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26차례에 달한다. 7·10 대책, 12·16 대책 등 발표 날짜를 기준으로 이름 붙인 대책들은 기억하기도 힘들다.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문제가 생기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꺼내든 정책이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땜질식 정책 대표 사례가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다. 정부는 2017년 8월 2일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했다. 그해 12월 13일 발표한 대책에서는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임대사업자는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료를 직전 계약보다 5% 이상 증액할 수 없는 전세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1년이 지난 2018년 9월 13일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종부세 혜택을 축소했다. 집값 상승 배경에 다주택자 투기가 있고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가 투기 수단으로 변질했다는 판단에서다. 임대사업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정반대로 해석한 것이다.
정부는 그해 12월 16일 임대사업자 의무를 강화하고 취득세·재산세에 가액기준을 추가해 세제 혜택에 제한을 뒀다. 지난해 7월 10일에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매입 임대(8년) 제도를 폐지했다. 임대주택 관련 정책만 3년 동안 4차례 이상 바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권장했던 정책을 폐지하며 정책 신뢰성을 잃었다”며 “국민들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8월에는 민간택지 분양간 상한제를 발표했다가 일부 유예했다. 정부는 높은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상승한 집값이 다시 분양가를 높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입주 공고를 하지 않은 경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경우라도 해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당시 관리처분을 이미 받은 재건축 아파트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방침에 헌법소원까지 냈다. 정부는 결국 관리처분계획을 받았거나 신청한 경우 시행령 시행 후 6개월 이내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은 신뢰를 잃었고 집값만 올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밖에 2018년 전세자금 대출도 실수요자의 대출마저 막는다는 비판이 나오자 대책 발표 이틀 만에 백지화를 선언했다. 서울 여의도와 용산 개발, 재건축 시한 연장 등도 대표적인 문 정부 부동산 대책 실패 사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상황은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도 없고, 대출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수요를 줄이기 어려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청와대 비서진이 시장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변호사)은 “현재 국토교통부 정책은 규제지역만 만들고 있는데 규제지역은 불만이 쌓이고 다른 지역에는 풍선 효과만 나타난다”며 “가계부채에 대한 총체적 관리가 필요한데 이는 금융당국의 책임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나서서 금융과 조세, 주택 공급을 총괄적으로 관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여당에 휘둘려 시장 혼선 부채질
정부 부동산 대책이 일관성을 잃은 이유로 표심을 좇는 정치권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세제 개편을 두고 시장 혼선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패배 원인이 부동산 정책에 있다고 판단, 향후 부동산 정책은 야당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바 있다.
실제 민주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까지 만들어 재산세·종부세 개편을 추진 중이다. 부과 대상을 공시가격 상위 2%로 한정하는 종부세 완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내부 반대에 부딪힌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 외에도 ▲1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임대사업자 기존 세제 혜택 폐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부동산 대책 전반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런 방안들은 정부 정책 방향과 방향을 달리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민주당의 LTV 90% 완화는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 수 있는 만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종부세 기준 상향 또한 부정적이다.
당정뿐만 아니라 정책당국 간 엇박자도 문제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문제가 대표 사례다. 지난해 7월 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택 공급 대책으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 발언 12시간 뒤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전혀 다른 입장을 밝혔다. 국토부 또한 “서울에 연간 4만 가구 이상 아파트가 공급되는데, 올해는 5만 3000가구로 2008년 이후 가장 많다”며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고위 인사 ‘내로남불’ 부동산 투기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도 마찬가지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7·10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용적률 상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군이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에 아파트를 짓자는 의견을 내놓으며 재건축 규제 완화를 역설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제 정책의 불확실성 탓에 집값 불안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던지 간에 애초 기대했던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며 “당정 간 정책조정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 부동산 투기 논란과 LH 사태 등도 정책 신뢰 손상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마저 임명 3개월만인 지난달 27일 사실상 경질됐다. 김 비서관은 2017년 6월 매입한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가 투기 목적이란 의혹을 받으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9년 3월에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흑석동 상가 건물 매입과 관련해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대변인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해 12월에는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 참모진에 수도권 주택 2채 가운데 실거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택은 처분하라고 권고하면서 정작 본인은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두고 자신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 아파트를 내놓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상조 전 청와대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 청담동 아파트 전세 계약을 갱신하며 보증금을 14.1% 인상해 논란이 되면서 사실상 경질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투기 세력이 대출을 이용하니 대출을 줄이고 강남 아파트로 돈을 벌었으니 강남을 때려잡아야 하며, 다주택자는 적폐니 보유세로 옥좨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한 결과”라며 “정부가 뒤늦게 서울 내 공급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규제 일변도였는데 규제는 시장을 못 이긴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반 정도 공급을 늘리지 않고 규제로 수요만 억제한 것이 지금은 물론 향후 3~4년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다주택자들을 죄인 취급하며 세금을 올렸는데 이를 통해 서민 지지는 얻었겠지만 양극화는 오히려 더 심화했다”며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고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도 결국은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정치는 부동산 정치이고 부동산 정치의 실패는 모든 정치의 실패”라며 “부동산 안정 정책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정치가 되고 최악의 대통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