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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대책 1년③] "임대등록하라더니 결국 세폭탄 뒤통수"


입력 2021.07.13 07:01 수정 2021.07.12 20:22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유예기간 없이 제도 시행

자동말소 뒤늦게 알아차린 집주인도 많아

임대수익 보다 더한 세금 부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구조"

정부는 7·10대책으로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고 당장 다음날인 7월11일부터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도록 했다.ⓒ데일리안DB

# A씨는 서울 송파구 일원 5층짜리 다세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총 12가구 규모로 본인이 거주하는 한 집을 제외한 11가구는 임차인을 들였다.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말에 2007년 임대사업자로 등록도 했다. 노후를 위해 마련한 것으로 어느 정도 수익만 유지하면 된다는 판단에 장기 거주를 원하는 세입자들은 묵시적으로 계약을 갱신하고 임대료도 올려받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A씨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10대책으로 임대사업 자격이 자동말소 된 사실을 지난 3월에서야 알았기 때문이다. 졸지에 다주택자로 돌아간 A씨는 임대수익보다 더한 세금을 낼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7·10대책을 시행한 지 1년이 지났다. 세제 혜택까지 주며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사업을 돌연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은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등록임대 말소로 이른바 '세금폭탄'을 떠안게 생긴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 정책 발표 이후 일정 기간 유예도 주지 않고 곧장 제도 시행에 돌입한 탓에 A씨처럼 임대사업 자격이 말소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례도 상당하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7·10대책으로 단기임대와 아파트 장기임대를 폐지하고 당장 다음날인 7월11일부터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도록 했다. 아파트 외 기존 등록임대주택과 신규 등록임대주택(10년 의무)에 대해선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혜택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장기간 혜택을 보려면 기존 사업자들도 정책 발표 당일 신규 임대사업자로 재등록을 마쳐야 했던 셈이다. 정부가 대책 발표 당일 오후 5시59분까지 신청한 사업자에 대해서만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기습 공지했기 때문이다.


A씨는 "7·10대책으로 시끄럽게 떠들 때도 정부가 임대사업자를 줄이려고 하는구나, 했지 선택권도 주지 않고 강제로 자동 말소되도록 할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한 일"이라며 "지난해 8월 자동 말소된 사실을 정부도 지자체도 일언반구 공지 한 번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의 한 달 임대수익은 380만원 남짓이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450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자동말소로 12주택자 신세가 된 A씨는 올 6월1일 과세기준에 따라 임대수익보다 많은 4800만원 이상의 종부세를 부담하게 생겼다.


A씨는 "부동산에 매물도 내놔봤지만 송파구는 조정대상지역인 데다 작은 원룸 하나하나 주택으로 잡혀 취득세를 몇억씩 부담해야 하는 통에 거들떠보는 사람조차 없다"라며 "임대사업자 의무를 다했는데 이렇게 나라에서 뒤통수를 치나"라며 분노했다.


이어 "평범한 임대사업자 가운데 정부 정책이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걸 들여다보고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아무도 날 보호해주지 않는단 생각에 화가 나고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등록임대주택 제도 손질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불신이 팽배하다. 자칫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시세 기준으로 올려 받을 경우 임차인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세입자 주거 불안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에서 다주택자는 투기꾼이란 인식을 주택수가 아닌 주택유형별, 금액별 기준을 재정립해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정부에서 장려하던 당시로 돌아가야 시장에 임대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것"이라며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계속 강화할 것으로 예상돼 규제 완화를 놓고 논란은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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