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얼마나 자연스럽게 소화하는지가 중요”
‘뒷광고’에 배신감을 느낀 시청자들이, 이제는 ‘앞광고’를 즐겁게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앞광고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좀 더 영리한 방법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최근 KBS2 드라마 ‘라켓소년단’에서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는 장면이 등장했다.
지난달 방송된 9회에서 아이들이 훈련 후 치킨을 먹으며 “대박. 이 치킨 맛있지 않냐? 인정?”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이를 들은 아이들 역시 “인정”을 외치며 노골적으로 치킨을 광고했다.
반전은 이를 지켜보던 이한솔이 “근데 니들 누구한테 얘기해?”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이다. 시청자들을 겨냥한 PPL(간접광고) 임을 대놓고 보여주면서 오히려 웃음이 터졌고, 거부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라켓소년단’은 지난 5회 떡볶이 ‘먹방’을 선보이면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PPL을 선보였었다.
지난해 연예인 및 유튜버,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뜨거웠던 ‘뒷광고’ 논란 이후 다양한 앞광고들이 시도되고 있다. 당시 일부 SNS,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이 광고비를 받고 제품 소개 영상을 찍으면서도 직접 돈을 주고 산 제품처럼 속여 온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오히려 솔직하게 드러내는 앞광고가 낫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 물론, PPL을 가려내는 시청자들의 눈도 더욱 날카로워지면서 오히려 정면 돌파를 선택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웃음으로 승화가 가능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이미 자주 쓰이고 있다. 일례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PPL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과정에서 조세호가 고기를 썰려고 하자 유재석이 “이건 내가 썰어야 한다”며 PPL 계약 조건을 대놓고 언급, 조세호가 머쓱해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장소 협찬을 받는 과정에서도 조세호가 감탄사를 내뱉자 “PPL을 그렇게 티가 나게 하면 어떻게 하냐”라는 유재석의 면박으로 광고와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과하면 독이 된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프로그램 ‘홍진경의 찐천재’에서는 최근 경상북도 영주까지 내려 간 출연진들이 그곳에서 어떤 광고를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며 추적하는 과정에서 광고가 콘텐츠 안에 적절하게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최근 또 다른 편에서는 해당 회차 전체가 마치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과하게 흘러가자 일부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유튜브 예능프로그램 ‘꼰대희’ 역시도 광고로 들어온 음식을 대놓고 먹는 과정이 반복되자 ‘광고를 위한 방송이 된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을 받았었다.
이 외에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에서는 감옥에서 나온 후 딸을 만나러 카페에 간 천서진(김소연 분)이 “엄마도 여기 빙수 좋아하는데. 여기 빙수는 이렇게 먹어야 해. 맛있다”라며 ‘대놓고’ 광고를 시도했지만, 흐름을 깨는 간접광고였다는 비판을 자아냈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 입장에서는 제작비에 도움이 큰 PPL을 넣지 않을 수 없으니 다양한 고민들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밝은 톤의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오히려 광고임을 밝히는 것이 거부감을 줄이고, 시청자들이 수용해주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들이 아닌 경우에는 어려움이 있다.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하는 것이 필요하면서도, 이를 소화하는 출연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는지가 중요하다.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