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확대로 시장 안정 자신한 정부
1년 지났지만, 공급은 지지부진
그 사이 집값은 2006년 이후 최대 상승폭
주택 공급에 문제가 없다던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수요 억제’ 기조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한 8·4 주택공급 대책. 정부는 8·4대책에서 13만가구, 사전청약 물량 6만가구, 그리고 앞서 5·6대책에서 발표한 7만가구를 포함해 총 26만가구 이상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8·4대책 이전 정부는 줄곧 세법개정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올렸고, 대출 규제로 주택 거래를 제한하는 등 규제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다. 이에 공급으로 선회한 대규모 공급대책까지 나오면서 정부에게서 “나올만한 대책은 다 나왔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집값은 이 순간에도 잡히지 않고 여전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8·4대책 이후 지난 1년간 정부의 공급 정책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주]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세가 사실상 멈춘 모습이다. 전세가격도 8월 첫째 주부터 3주 연속으로 상승폭이 감소하고 있다. 투기수요 근절을 위한 법·제도가 구축되고 8·4공급대책 등 전례 없던 종합 정책패키지를 마련한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이날은 8·4대책이 발표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기도 하다.
앞서 홍 부총리는 8·4대책 브리핑에서도 “공급 부족 우려라고 하는 불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고, 미래 주택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이번 서울권역 등 수도권에 대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히며 대책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공급 대책에 따라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말대로라면 안정됐을 집값은 대책 발표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태릉CC·과천청사 공급, 1년 지났지만 여전히 표류 중
정부는 1년 전 서울과 수도권 유휴부지를 활용해 오는 2028년까지 총 13만2000가구의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신규 주택공급대상으로 군부지인 서울 노원구 태릉CC와 용산 미군 반환부지 중 ‘캠프킴’ 부지로 각각 1만가구, 3100가구 규모를, 공공기관 이전 부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유휴부지에도 과천청사 일대 4000가구를 포함한 6만2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3기신도시 용적률 상향을 통한 공급 확대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3기신도시 등의 주거단지 밀도를 높여 기존 공급물량인 30만3000가구에서 2만가구 늘어난 32만3000가구를 공급하고, 복합개발예정부지의 용도 상향을 통해 서울의료원 부지에 3000가구, 용산정비창 일대에 1만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8·4대책의 핵심인 수도권 택지 발굴 사업의 경우에는 해당지역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현재까지 사업 진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과천 정부청사 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단 계획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됐고, 인근 공공택지인 과천지구 등 과천의 다른 곳에서 대체 부지를 찾기로 했다.
1만가구를 공급하겠다던 노원구 태릉CC 사업도 서울시 반발로 아직까지 표류중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태릉과 관련된 공급 계획에 대해 “공급 규모를 줄이되 대체 부지를 찾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라고 말해 사실상 당초 나왔던 공급대책에 무리가 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주요 지역에 대한 공급은 지금까지 진행된 것이 없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도 미진한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최근에 선정된 후보지들 모두 소규모 단지들이라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공급 대책 실효성, 기대하기 힘들어”
결국 공급 대책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서도 대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7월말 전국 아파트 가격은 8·4대책 이후 11개월 동안 11% 가량 오르며 노무현 정부 집권기인 2006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월간) 통계에 따르면 8·4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10.8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11개월간의 상승률이지만, 기존 연간 상승률과 비교하면 2006년(13.92%) 이후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4대책 발표 당시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정부가 공급 선회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이나, 시기가 너무 늦었다. 또 실제 분양이 이뤄졌거나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공급 시그널에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심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규제에 따른 매물 잠김 등으로 집값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정부가 발표한 공급대책 역시 공공 주도의 공급이었고 그런 와중에 LH 투기 의혹 사태가 터지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특히 정부의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상승하면서 지금의 시장 분위기를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8·4대책 1년, 공급은②] 공급 없는 공급 대책 ‘지지부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