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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사내유보금 과세는 이중과세…개선방안 필요"


입력 2021.08.05 13:41 수정 2021.08.05 13:41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한국산업연합포럼 사내유보금 세미나…"현금성 자산 사내유보금 중 17% 불과"

우리나라 기업의 사내유보금 현황 및 활용 실태ⓒ한국산업연합포럼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대표적인 이중과세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중 과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기업들의 비자발적 투자를 초래해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5일 '우리 기업들, 사내유보금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나?'라는 주제로 제2회 온라인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기계, 디스플레이, 바이오, 반도체, 백화점, 석유화학, 섬유, 엔지니어링, 자동차, 전자정보통신, 전지, 조선해양플랜트, 중견기업, 철강, 체인스토어협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돼있다.


정만기 KIAF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KIAF가 실시한 30대 상장사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기업의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16%수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들은 투자를 위한 차입을 고려하는 등 현금성 자산은 오히려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수십에서 수백 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와 경쟁업체들 대비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한 바, 핵심은 필요한 시기에 거대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우리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어 이를 투자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왜곡된 인식하에 마련됨으로써, 투자 시기나 규모 등과 관련, 고도의 전략적 투자 대신 이중의 과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비자발적 투자를 초래해 투자효율성을 해침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하므로 조속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동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연구원은 ‘사내유보금 현황 및 정책 시사점’ 주제발표를 통해 "사내유보금의 법률상 의미는 배당 등으로 사외에 유출되지 않고 법인 등이 보유하고 있는 누적된 순이익으로서 이를 재투자되지 않고 통장 속에 유보된 현금으로 인식하는 것은 대표적 오해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대부분 ‘설비, 연구, 실물자산’ 등으로 재투자 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의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라며 “KIAF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 현금 역시 투자, 임금, 부채상환 등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코스피 시총 30대 기업 2021년 1분기 재무제표 분석 결과, 평균 사내유보금은 25조3000억원으로 이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6.7%(4조2000억원)였다.


김 연구원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 규모 또한 대규모 투자나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엔 불충분해 대부분 기업들은 차입을 통해 자본을 조달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일본 등은 고의적 배당 미 시행으로 인한 주주 배당소득세 회피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도가 도입된 반면 우리나라는 소득을 사내에 유보하는 것을 막고 재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제도가 도입됐다는 점에 근본 차이가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사내보유금 과세 정책은 적정유보 초과소득 과세, 기업소득 환류세제,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로 이어오며 세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제도하의 과도한 세 부담은 국내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번 소득은 해외에 쌓아두고 현지에 법인세를 내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세수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AMA의 김주홍 상무는 ‘중소중견기업중심의 사내유보금 현황 및 필요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시설투자 등을 위해 사내유보금 확보가 필요하나 현행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부당한 이중과세를 유발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사내보유금은 현금성 자산보다는 주로 유형자산(기계, 토지, 공장 등 실물)이나 현금외 자산(매출채권, 미수금, 재고 등)으로 보유 중으로 기업 당 2개를 응답토록 한 결과 유형자산 77.1%, 현금 외 자산 65.7%, 현금성 자산 48.6%, 지분 투자 8.6%, 무형자산 0.0% 순으로 나타났다.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질의에는 5% 미만이 37.1%, 5%~10% 미만이 17.1%, 10~15% 미만이 14.3%로 나타났으며 50% 이상은 8.6%로 낮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기업당 1개 응답)


시설투자를 위해 사내유보금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경우 사내유보금이 충분한 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가량인 45%가 부족한 것으로 응답했다.


시설투자용 사내유보금이 부족한 경우 부족분 조달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차입 84.6%, 유상증자 15.4%, 채권 발행 7.7%순으로 답했다.


현행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부담 완화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있다 58.3%, 없다 41.7%로 나타나, 절반 이상 기업들이 기업 나름의 전략적 투자보다는 과세부담 회피를 위한 비자발적, 비효율적 투자도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제발표 이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김기준 부회장, 한국전지산업협회 정순남 부회장, 한국철강협회 오금석 기획관리실장 등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민간연기금투자풀 이만우 운영위원장(고려대 명예교수)은 “기업의 유보소득에 대한 추가 과세는 선진국 과세 제도에는 유례가 없는 중복과세의 성격이 확연하다”면서 “가족적으로 운영되는 폐쇄기업에만 적용되고 있는 외국사례와 달리, 국내는 법인세를 부담하고 남은 유보에 대해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중복 과세 성격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에 대한 당시 야당의 비판이 계속되자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소득환류세를 제안해 도입했는데,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이름만 바뀌어, '투자 상생 협력세'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법인세를 매우 복잡하게 만든 결과,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미래 전망을 기초로 이뤄져야 하는 기업의 투자 결정이 유보소득 과세를 의식해 무리한 투자시점 결정을 초래함으로써 투자 실패 위험이 높아져 기업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성균관대 최준선 명예교수는 “사내유보금이라고 하여 기업이 회사 내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투자해서 고용을 늘리라고 하는 것은 기업 회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무지에서 비롯된다”며 “사내유보금은 기업 설립 이후 벌어들인 잉여금과 자본거래금 등에서 발생한 이익의 합이며, 대부분은 이미 공장설비, 부동산, 지식재산권, 주식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자로 사용된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사내유보금은 이미 세금을 부담하고 남은 자산으로 여기다 또 당기 소득의 60%∼80%를 투자, 임금 등으로 환류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환류 소득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해 20% 과세를 하는 것은 명백히 이중과세가 된다”고 지적했다.


차의과학대학교 김태동 교수는 "법적으로나 학술적으로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사내유보금이라는 용어가 사회 전반적으로 오용되고 있다”면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소홀히 한 채 과도한 현금을 쌓아 놓은 것이 사내유보금이라는 잘못된 이해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태조사에서도 명확하게 나와 있듯이 사내유보금은 현금성 자산 이외에도 기업 내부에 각종 자산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회계 초보자들도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회적 오용을 바탕으로 잘못된 정책과 소모적 논쟁이 생겨나고 있고 사회적 손실도 누적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KIAF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일부의 왜곡된 인식을 개선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현행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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