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메달 놓친 뒤 코트 벗어나 눈물 훔쳐
사실상 국가대표 은퇴 시사...후배들 노력 당부
꾹꾹 눌렀던 눈물이 ‘배구 여제’ 김연경(33)의 눈시울을 적셨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한 대한민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8일 오전 9시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세계랭킹 6위)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조별리그 한일전 승리에 이어 ‘거함’ 터키(세계랭킹 4위)를 밀어내고 올림픽 4강 위업을 달성한 한국 여자배구가 브라질·세르비아는 넘지 못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에 메달을 노렸지만, 여자배구대표팀의 아름다운 여정은 여기까지였다.
누구보다 안타까웠던 선수가 김연경이다.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고도 2012 런던올림픽에서 MVP로 선정됐던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은 마지막 올림픽이라 더 간절하다. 메달 하나는 꼭 따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고액 연봉을 받으며 유럽 무대에서도 맹활약한 김연경은 배구 선수로서 이룰 것을 대부분 이뤘지만 올림픽 메달이 없다.
그에게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김연경은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꿈꾸며 투혼을 불살랐다. 공격은 물론 디그-리시브에도 적극 가담하며 몸을 던졌지만, 세르비아에 져 메달 획득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세르비아전 종료 직후 김연경은 친분이 있는 세르비아 선수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넸고, 다시 한국 코트로 돌아와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꾹꾹 누르며 동료들과 후배들을 다독였다. 코트를 벗어나서는 눈물을 훔쳤다.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김연경은 경기 후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
김연경은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배구협회와 상의해야겠지만 이번 경기가 국가대표로 뛴 마지막 경기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는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 우리도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며 “여기까지 끌어올렸던 여자배구를 후배들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파리(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스트 댄스를 마친 김연경이 보낸 진심 어린 메시지다.
이제 한국 여자배구는 중흥기를 이끈 김연경을 비롯해 양효진·김수지 등이 없는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모두 30대 초중반 선수들로 지금의 기량을 다음 무대에서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마침 우수한 후배들도 출현하고 있다. 육성과 체계적 관리가 이어진다면,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으로 떠오른 여자배구는 또 성장할 수 있다. 코트 안에서 보다 코트 밖에서 문제가 컸던 한국 여자배구가 김연경의 바람대로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댈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