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적 거리 두기 2주 연장
재난지원금 지급하면 방역 악영향
지원금 늦추자니 경제 효과 감소
일각에선 ‘위드 코로나’ 전환 주문
방역 당국이 23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연장하면서 국민상생지원금(재난지원금) 지급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빨리 지급하자니 방역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늦추자니 내수 회복이라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정부가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한 2차 추가경정예산 범정부 테스크포스(TF)는 현재까지 국민 약 88%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재난지원금 시기와 사용처, 지급기준 등 세부 시행계획을 결정하지 못했다.
애초 추석 연휴 전 지급을 목표로 이달 중순께 시점을 밝히겠다던 기재부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주 발표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며 “아직 TF에서 방역 당국 등과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은 23일부터 수도권 4단계·비수도권 3단계(일부 지역 4단계)인 현행 거리 두기를 9월 5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수도권과 부산·대전·제주 등 4단계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식당과 카페 등의 매장 영업 제한은 오후 10시에서 9시까지로 1시간 단축됐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과 재난지원금 지급 목적인 경기 회복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애초 정부는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과 함께 재난지원금을 추석 전에 집행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재난지원금 지급을 서두를 경우 방역 정책과 혼선을 빚게 된다. 재난지원금이 주로 지역 내 대면 소비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화된 거리 두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결과적으로 정책 충돌을 낳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주요 기업 등에서 재택근무를 권고하며 대면 활동 자제를 당부하다 보니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더라도 정작 돈을 쓰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재정 당국도 사실 추경 통과 당시에는 이렇게 거리 두기 4단계가 오래갈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방역과 소비 효과 사이에서 TF팀이 결정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재난지원금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2일 “무엇보다 신속한 지원이 절실한 만큼 국민지원금이 다음 달 말까지 90% 지급되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방역 대책을 최근 의료계에서 거론하고 있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형태로 전환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위드 코로나는 현재 확진자 수 억제 중심의 방역체계를 위중증 환자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말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거리 두기 위주의 방역 정책과 대면 소비 활성화를 위한 경제 정책이라는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이 다소 낮은 과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확산할 때 사람들은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은 개인의 자유를 국가가 함부로 침해하는 것이고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봤을 때 우리도 이제는 기본적으로 ‘조심하면서 활동하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