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 발렌시아CF 떠나 라리가 마요르카 입단
마요르카 감독이 직접 요청해 이뤄진 이적..구보와 새출발
이강인(20)이 애증의 발렌시아CF에서 벗어나 RCD 마요르카에서 ‘Chapter 2.’를 연다.
자유계약 신분이 된 이강인은 30일(한국시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와 4년 계약을 맺었다. 이강인 활약을 지켜봐왔던 루이스 가르시아 마요르카 감독이 직접 구단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6년 창단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마요르카 구단은 “이강인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강인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10년 만에 발렌시아CF(통산 62경기 3골)를 떠나는 심경을 알렸다. 이강인은 “발렌시아는 꿈의 문을 열어주고 지지해준 팀이다. 이 구단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라며 “팬들께 존중의 의미를 담아 작별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강인 말대로 발렌시아CF는 잊을 수 없는 팀이다. TV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하며 축구신동으로 주목 받았던 이강인은 10살 때(2011년)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했다. 16살 때인 2017년에는 발렌시아 2군으로 뛰어 올랐고, 스페인 3부리그에 출전해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18년 여름에는 정식 프로 계약을 맺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출전해 특급 유망주다운 활약을 펼쳤다. 발렌시아는 팀 역사상 최연소 데뷔전, 최연소 외국인 득점 등 기록을 갈아치우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는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골든볼을 수상하며 가치가 더 높아졌다.
그러나 발렌시아CF에서의 생활은 꼬여만 갔다.
풍부한 잠재력과 당장의 기량도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 하비 그라시아 감독 등 체제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가르시아 토랄 감독 때는 워낙 어린 선수인 데다 팀 성적도 잘 나와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이후에는 감독들의 잦은 변심과 팀 내 선수들 사이에서의 파벌 문제에 부딪혀 좀처럼 뻗어나가지 못했다.
이후 이강인은 제약이 있는 출전 시간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적을 준비했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 똑같은 패턴으로 두 시즌을 날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이강인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재계약을 거절했다. 남 주기에는 아까웠던 발렌시아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판단에 따라 이강인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맛도 개운치 않았다. 뒷마요르카와 공식적인 이적 절차를 마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발렌시아CF는 새로 영입한 안드레를 스쿼드에 등록하며 일방적으로 이강인의 이름을 지우는 등 깔끔하지 못한 결별이었다.
이제 이강인은 애증의 발렌시아CF를 떠나 마요르카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마요르카는 승격과 강등을 반복하고 있는 팀이다.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면서 이번 시즌 1부리그로 승격했다. 2012-13시즌 2부리그로 강등됐던 마요르카는 2019-20시즌 1부리그로 올라왔지만 한 시즌 만에 강등됐다가 이번에 시즌 다시 승격했다. 이번 시즌에는 라리가 3경기 2승1무로 6위를 달리고 있다.
현 감독이 직접 지목해 구단에 요청해 영입한 만큼, 이강인은 일단 중용될 전망이다. 마요르카는 지난 12일 일본 축구가 자랑하는 구보 다케후사(20)를 임대 영입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과 측면 자원 구보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뛰는 경기를 자주 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