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고발사주 의혹'·이재명 '대장동 의혹'…인력난 속에 대대적 수사 나설 듯
檢김오수·이정수 '친정부 인사' 분류…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편향 공방 거셀 듯
친정부 논란의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에만 올인?…'대장동 의혹' 수사 착수 여부 관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여야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사 기간과 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두 수사기관은 대선 개입과 정치적 편향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수사 결과를 서둘러 내놔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에 직면했다.
앞서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는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 지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를 실질적으로 차명 소유하면서 부동산 이득을 취했다" 등 주장을 펼쳐왔다.
23일 사건을 배당 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개발사업 인허가 및 사업자 선정 과정과 화천대유 실태 파악 등 대장동 의혹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허위사실유포죄의 구성 요건인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하려면 대장동 개발사업 내용 전반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한 듯 같은날 법무부 과천청사 출근길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며 전면 수사 착수에 힘을 싣는 메시지를 내놨다. 박 장관은 이어 "당사자(이재명)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며 진상을 밝혀 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와 함께 윤 전 총장 관련 각종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을 배당받은 공공수사1부는 파견 검사로 수사팀 인원을 대거 보강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추석 연휴에도 관련 자료의 포렌식 조사를 벌여 조만간 고발인 소환 일정 및 강제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아울러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최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관련 회사들을 압수수색했다. 수사팀은 자료 분석을 마치고 늦어도 내달 중 김씨를 직접 불러 조사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수처 역시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면서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손준성 검사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폰 등을 확보했으며, 제보자인 조성은씨로부터 휴대폰 2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도 제출받았다.
공수처는 이들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손 검사, 김 의원, 조씨의 고발사주 관여 정황을 파헤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수처는 자료 분석을 완료하는 대로 이르면 이달 말 핵심 인물인 손 검사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수처는 지난해 3월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만들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입건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추석 연휴 직전 "윤 전 총장이 검찰권을 사유화했다"며 윤 전 총장과 성명불상의 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 의혹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 착수 여부도 관건으로 꼽힌다. 부동산적폐청산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 지사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의 공수처 고발을 예고하고 있다. 공수처법상 전·현직 도지사도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고발사주 의혹, 대장동 의혹은 사안이 단순하지 않아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사가 지연될수록 검찰과 공수처는 '대통령 선거 개입' 논란을 면하기 어려운 만큼 최대한 이른 시일에 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 관련 수사에 파견 검사를 거듭 충원하는 등 인력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대장동 의혹까지 맡아야 할 상황이다. 특히 김오수 검찰총장과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친정부 성향이 짙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수사팀이 윤 전 총장에게 불리하거나 이 지사에게 유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만성적 인력난에 허덕이는 공수처도 윤 전 총장 의혹과 이 지사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이미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만 검사 13명 가운데 7명을 투입했고, 이 밖에도 입건한 사건이 11건 쌓여있어 중대한 현안을 추가로 처리할 여력이 없는 처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과 공수처가 같은 현안을 두고 동시에 수사를 벌이면서 빈번히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공수처 관계자는 검찰과 공수처의 고발사주 의혹 수사 공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하나의 사건이긴 하지만 당분간 각자 수사를 해야 한다. 서로 사실관계 파악이 필요하고 기관의 자존심도 있다"며 "양 기관이 협력할 필요성을 느끼면 검토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 그었다.
다만 박범계 장관은 양 기관이 동시 수사에 나서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23일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관련 검찰과 공수처 간 역할 분담 문제를 묻는 질문에 "특별히 잡음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내일(24일) 공수처장께서 국회 법사위에 나온다고 하니 한 번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17일에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받자 "지금 검찰과 공수처가 협력하는 단계이니 비효율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피의자)인권침해 부분도 중복수사를 피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양 기관이 사안을 잘 협의해서 속히 진상규명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수처와 검찰의 동시 수사에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