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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왜 해외에서 인기인가


입력 2021.09.25 08:24 수정 2021.09.25 04:47        데스크 (desk@dailian.co.kr)

ⓒ공식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 제작해 넷플릭스로 방영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지난 22일 총 23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총본산격인 미국에서 1위에 오른 것에 의미가 크다. 미국시장에서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럴 정도로 미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에게 이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갔다는 뜻이다. 미국 포브스 지는 이 작품에 대해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RTL은 ‘K드라마의 고전적인 표현에서 벗어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면서 ‘당신의 신경을 자극할 훌륭한 시리즈’라고 했다.


밑바닥까지 추락해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사람들이 456억 원을 건 게임에 참여한다는 설정이다. 탈락하면 정말로 죽는다. 그렇게 목숨이 걸렸기 때문에 참가자들이 사력을 다 할 수밖에 없는데, 누군가는 편안한 소파에서 타인의 그런 절박한 모습을 오락꺼리로 즐긴다.


극단적인 계급사회의 모습이다. 영화 ‘기생충’도 이런 계급사회의 민낯을 그려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었다. ‘킹덤’도 굶주린 민초들과 양반 세도가의 대비를 그렸다. 이렇게 사회 수직 구조의 문제를 다룬 한국 콘텐츠에 세계의 공감이 나타나는 추세다.


과거 많은 국민들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믿었던 우리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급격히 분화됐다. 부자와 빈자로 양극화되어 이젠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중이 과거에 비해 줄었다. 그 속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졌는데 최근 들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자영업자들과 집값, 주가 등 자산 가치 폭등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대비되면서 우리 사회는 더 양극단화 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이루어졌기 때문에 우리 사회엔 엄청난 충격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런 정서가 자연스럽게 영상 콘텐츠에 반영돼, 한국 콘텐츠엔 오락물에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깔린 경우가 많았다. 바로 이런 표현이 해외에서 큰 공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해외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에도 이런 사회적 묘사가 나타나 높은 평가를 받는다. 스페인 매체 시네마 가비아는 이 드라마가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킨 한국 시리즈’라며 ‘한국 사회와 자본주의의 어두운 부분을 스릴러 장르로 파헤친다’고 했다.


한국적인 요소도 해외 흥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 작품은 사람들이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목숨을 건 게임에 내몰린다는 설정인데, 세계적으로 이런 서바이벌 데스 게임류의 장르 팬들이 많다. 그들에겐 원래 친숙한 장르인데 거기에 한국적인 설정이 부가되니 더 신선하게 다가간 것이다.


거꾸로 처음에 한국에선 신선하다는 평가가 적게 나왔다. 한국인에겐 한국적인 설정이 익숙하고, 서바이벌 데스 게임은 해외 영화에서 종종 봤기 때문에 일부 한국 시청자는 이 작품이 해외 장르물을 한국 배경으로 따라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서구 문화를 따라잡기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서 우리 누리꾼들이 표절 문제에 상당히 민감하다. 장르적 유사성 때문에 같은 장르면 비슷한 표현이 나오는 게 당연한데, 우린 그걸 ‘따라했다’면서 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서바이벌 게임 설정에도 처음에 국내에선 높은 평가가 덜 나왔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간적인 이야기도 한국인에겐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린 그런 식의 스토리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해외에선 그런 것도 신선한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외국 데스 게임 콘텐츠는 건조한 분위기인데 ‘오징어 게임’은 출연자들의 사연이 들어가면서 더 강한 몰입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슬레이트 매거진'은 '이 장르의 다른 사촌들과 주요하게 다른 점은 (‘오징어 게임’이) 감정적인 펀치를 날린다는 것'이라고 했다.


거기에 더해서 기묘한 캐릭터 디자인이나 대형 세트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적인 게임 모습도 깊은 인상을 줬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지금 정도의 세계적 인기라면 당연히 후속 시즌도 제작될 것이다. OTT망을 타고 한국적인 요소가 부가된 장르물이 잇따라 세계적 인기 콘텐츠에 등극하고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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