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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디그라운드(73)] 우주멍게, 희미한 경계의 순간을 노래하다


입력 2021.10.06 14:09 수정 2021.10.06 11:47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9월 29일 첫 정규 '어덜츠 온리' 발매

ⓒ우주멍게

음악을 잘하는 가수는 많다. 그런데 음악 안에 진정성이 녹아나는 가수를 찾는 건 쉽지 않다. 싱어송라이터 우주멍게(본명 심소정)는 모든 면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인터뷰를 하는 자세, 그리고 음악을 대하는 태도, 또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이런 태도들은 그의 음악 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국내 밴드에 정신을 잃었다”던 그는 중학교 시절부터 무작정 밴드를 하기 위해 일렉 기타를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며 꿈을 키웠다. 특히 여러 장르 중에서도 전자음악에 대한 관심이 지금의 우주멍게의 출발이 됐다. 그리고 그는 희미한 경계의 순간들을 음악으로 표현하면서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활동명 ‘우주멍게’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활동명에 대해 많이들 여쭤봐 주시는데요. 특별한 고유명사를 만들고 싶어서 제가 좋아하는 ‘우주’라는 단어에 둥둥 떠다니는 생물인 ‘멍게’를 결합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더 몽환적인 신스웨이브 곡을 하고 있어서 바다를 부유하는 멍게의 특징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머리가 빨간색이기도 했고요(웃음). 큰 고민 없이 지은 이름인데 의외로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가끔 횟집 이름이라고 놀림을 당하기도 하지만요. 하하.


-2017년 데뷔 앨범을 발매했고, 벌써 5년차가 됐습니다.


네, 첫 싱글을 냈던 게 2017년이었는데요. 부끄럽지만 당시에는 내가 이 음악을 세상에 내면 모두가 주목할 거라는 망상에 빠져 있었어요. 사실 앨범을 낼 때마다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되는 게 사람 심리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 정규를 준비하면서 많이 느낀 게 남들이 내려주는 평가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제 스스로 앨범 제작을 통해 발전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게 되었어요. 또 음악에 있어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도 배우게 되었고요.


-이번 앨범은, 2017년 데뷔 이후 첫 정규앨범이라고요. 소감이 남다를 것 같아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어덜츠 온리’(Adults Only)는 원래 초기 기획 때 EP로 낼 계획 이었는데요. 곡의 콘셉트를 잡다 보니 정규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어요. 그 때 동료 뮤지션분들께서 너무 어려워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실제 온라인 발매 유형에 ‘정규’라고 나와 있는 걸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싱글 음원이 대세가 된 음악 시장에서, 정규앨범은 소정 씨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정규 앨범은 뮤지션의 명함 같다고들 하더라고요. 분명 정규앨범은 러닝타임이 비교적 길기 때문에 곡들의 유기성을 잘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는 뮤지션이라고 말하기 망설여졌다면 정규 앨범을 내니까 살짝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우주멍게

-첫 정규앨범 ‘어덜츠 온리’는 어떤 앨범인가요.


‘어덜츠 온리’는 직역하면 ‘성인 전용’이라는 뜻인데요. 성적인 것, 금지된 것의 의미보다는 어른이 되어가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을 담은 앨범입니다. 9개의 곡 모두 어른을 향한 어드벤처를 위한 배경음악이라는 생각으로 만든 일렉트로닉 팝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모두 어려운 시기인 지금 우주멍게의 캐치프레이즈인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면서 잠깐은 현실을 잊게 해드리고 싶었어요. 또 어른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 본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용기를 주고 싶기도 했고요. 100% 만족할 수 없지만 제가 계획했던 대로 실행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주고 싶어요.


-타이틀곡을 무려 3개나 내세웠습니다.


모든 뮤지션 분들이 그렇겠지만 한 곡 한 곡이 다 소중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렇더라고요. ‘이 곡도 좋은데’ ‘저 곡도 좋은데’ 하다가 타이틀이 3개가 되었죠. 특히 ‘IDNYL’은 내면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를 가진 키치한 훅이, ‘Adult Ting’은 이와 대비되면서 앨범의 전체 콘셉트를 잘 드러내주는 곡이라 선택했습니다.


-앨범은 총 9개의 트랙으로 구성됐습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나요?


매번 바뀌는 데 요즘은 ‘Golden’이요! 저는 하늘, 바다, 달처럼 자연물에서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요. 특히 노을 진 하늘을 좋아하는데 요즘의 하늘과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그간 작곡과 작사, 편곡까지 대부분의 앨범 작업들이 소정 씨의 손을 거쳤잖아요.


성격 상 다른 사람에게 일을 잘 맡기지 못하고, 제가 전부 다 해야 마음이 놓이는 강박 아닌 강박이 있어요. 그게 음악 작업에서도 보이는 듯 해요. 다행히 아직까지는 제 뜻대로 서로 잘 어우러져 우주멍게만의 색을 만들어 갈 수 있던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선 약간의 변화가 있었죠.


네, 이번 앨범은 처음으로 다른 뮤지션분들과의 협업을 시도했어요. 모두 제가 좋아하는 여성 아티스트 분들이고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곡을 작업한다는 게 재밌으면서 떨리더라고요.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도 들었고요.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모두 너무 잘 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이번 앨범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진정한 어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들이 비록 시행착오로 가득하더라도 결국 성장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외부 요인이 아닌 본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요. 꿈과 사랑은 거창한 게 아니라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앨범도 그렇지만 인디씬에서는 보기 드문 ‘굿즈’도 인상적이네요.


굿즈를 기획하고 직접 제작했던 게 재미있기도 힘들기도 했어요. 저는 음악만큼 굿즈에 진심인 뮤지션인데요. 아이디어를 실현시킨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특히 워터볼은 최소 주문 수량이 1000개라 수제작을 했는데 유리구도 많이 깨먹고 다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그만큼 우주멍게라는 아이덴티티에 맞는 굿즈가 나와서 보람차고 즐거웠어요.


ⓒ우주멍게

-이번 앨범은 텀블벅을 통해 만들어졌죠. 목표가의 130%를 달성했더라고요.


정말 감사하죠. 텀블벅 펀딩은 경제적인 후원의 의미도 있지만 저의 음악에 응원을 보내주시는 의미 같아서 긴 앨범 제작 기간에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텀블벅 진행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었다고요.


맞아요! 지금은 웃을 수 있지만 그 때는 정말 웃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목표 금액에 ‘0’을 하나 더 붙여서 올려버린 거 있죠? 규정상 프로젝트 오픈 이후 목표가 수정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구구절절 사연을 담은 메일을 드렸죠. 다행히 실수로 판단을 해 주셔서 수정이 가능했습니다. 휴…아직도 그 때 생각하면 진땀이 나요.


-손수 앨범을 제작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많았을 것 같아요.


네, 아무래도 인디펜던트 뮤지션으로 한계가 느껴질 때가 힘이 들더라고요. 음악을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기획, 제작, 홍보 등 여러 부수적인 일을 모두 처리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더 제 색깔이 묻어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뮤직비디오도 우주멍게만의 콘셉트가 굉장히 명확히 드러나는 것 같아요.


최근 뮤비들은 Aminoxan 감독님과 함께 작업했는데요. 제가 앨범과 곡의 콘셉트 무드보드를 만들어 가면 감독님이 전체 콘셉트를 기획하고 의견을 나눠요. 다른 아티스트의 입장에서 해석한 저의 곡이 새롭게 해석되는 것도 즐거운 일이더라고요. 특히 감독님은 늘 기대했던 만큼 만족할 만한 콘셉트를 잡아 주셔서 이번에도 믿고 맡기게 되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시각적 이미지가 있다면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늘 현실의 공간보다는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공간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색깔로 따지자면 경계가 희미한 파스텔톤에 가까워요. 실제 영상도 꿈결 같은 분위기의 보정이나 배경을 넣었고요. 스토리 역시 ‘네 머릿속에 들어 간 날 못 견디겠지’라는 가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머릿속에서의 ‘형사-범인’의 추격을 콘셉트로 진행했어요. 그 범인은 바로 사랑 아닐까요?


-대중들에게 앨범을 즐기는 ‘팁’을 전한다면?


정규 앨범인 만큼 1번 트랙부터 9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들어보시는 걸 추천해요. 곡들의 유기성을 잘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또 이스터에그처럼 숨어 있는 사운드들도 있으니 찾아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우주멍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면요?


‘사랑과 꿈’. 누구나 가지고 있었지만 점점 희미해지고 지금까지 사랑과 꿈의 순수한 의미를 믿는다고 하면 철없다는 소리를 듣겠지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가치라고 생각해요. 우주멍게의 목소리로 마음 속 묻혀 있던 사랑과 꿈을 깨우고 싶어요.


-음악을 대하는 소정 씨의 신념이 있나요?


음악에서 만큼은 솔직하자. 특히 자기 자신을 속일 수는 없어요. 꼼수 없이 솔직하게 음악을 대해야 남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아요. 부족할 수는 있어도 음악을 만드는 순간 최선을 다하고 들려주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우주멍게의 올해 목표, 또 최종 목표는요?


올해 목표는 ‘첫 정규 앨범 발매’였는데 이루게 되었네요! 이 앨범을 통해 저의 음악이 더 많은 분들에게 다가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종적으로는 누가 들어도 ‘우주멍게구나’ 싶은 음악을 여러 장르에서 보여드리고 싶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꼭 해외 투어를 해보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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