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고공행진 속 증시·채권 약세
경기 침체+물가 상승 이중고 염려
물가 상승을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년여 만에 다시 1200원을 찍으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고, 주식과 채권은 인플레이션 공포에 맥을 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침체가 계속되는 와중, 물가마저 오르며 경제적 어려움 가중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2원 오른 달러당 119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한때 1200원까지 오르면서 장중 기준으로 지난해 7월 28일 이후 1년 3개월 만에 처음 1200원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과 그에 따른 위험자산 기피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0.15% 상승한 80.64달러에 마감했다. 전날 WTI 가격은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기준 80달러를 넘어선 후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물가 상승을 둘러싼 긴장은 주식 시장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10% 내린 2913.34로 장을 시작했다. 전날 장중에는 한때 2901.51까지 떨어지며 2900선을 위협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의 2869.11 이후 최저치다.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고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14%p 오른 연 1.815%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역시 2.447%로, 5년 물도 2.135%로 각각 0.073%p와 0.086%p씩 연 금리가 상승했다.
◆전문가 "인플레 압력 당분간 지속"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고민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정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2.5% 오르며 6개월 연속으로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에 대한 염려가 외환과 증시, 채권 시장에 미치고 있는 영향도 지속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코로나19 상황이 의미 있게 진정되기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계절적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고려할 때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가 연말 물가에 큰 부담을 줄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의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높이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기 긴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뉴욕 증시의 하락과 불확실성 요인 등으로 금융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높아지면서 달러에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발 더 나아가 금융권 일각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특히 국제 유가가 지금처럼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릴 경우 저성장·고물가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 활동이 침체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태를 일컫는 표현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타나고 있고, 북반구 동절기 진입에 따른 난방 수요 증가로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도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외국인 투자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