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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주적'은 어쩌다 '전쟁'이 됐나


입력 2021.10.14 04:01 수정 2021.10.13 22:5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지난 1월 "美가 최대 주적"

9개월 뒤 "주적은 美 아닌 전쟁"

종전선언 '관심' 표명 가능성

신무기 개발 '명분쌓기'일 수도

평양의 한 보육원에 걸려있는 선전화 ⓒ북한주재 러시아대사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최대 주적(主敵)'으로 규정한 자신의 발언을 약 9개월 만에 뒤집으며 "전쟁이 주적"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대북제재·코로나19·자연재해 삼중고 속에서도 자력갱생·자급자족 의지를 거듭 밝혀온 만큼, 기존 '버티기' 노선에서 벗어난 김 위원장의 공개 발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개최된 국방발전전람회 개막식에서 최근 5년간 개발한 한미일 공격용 신무기들을 과시하며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선 대외정책과 관련해 "최대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당대회가 북한의 중장기 계획을 대내외에 공개하는 '구속력 있는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9개월 만의 '입장 선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1일 국방발전전람회에 참석해 미국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배경으로 기념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일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표변'이 종전선언에 대한 '우회적 관심 표명'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전쟁 주적론'을 언급한 데 대해 "전쟁이 겁난다는 이야기다. 종전선언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종전선언을 통해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전쟁을 하지 말자는 "일종의 불가침 의미를 담고 싶어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는 '동족끼리 싸울 일이 없다'는 김 위원장 발언에 주목하며 "먼저 남북이 종전(의지)을 재확인하고, 이를 미중까지 연결시켜 한반도 종전선언으로 발전시켜나가야만 자기들이 마음 놓고 군비투자 대신 경제투자로 정책을 바꿔 인민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겠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해결'이라는 경제성과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경제분야 역량 집중을 위해 한반도 군사 긴장 수위를 낮출 수 있는 종전선언에 간접적으로 관심을 피력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일각에선 북한의 '수정된 주적론'을 이중기준 철회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자신들의 신무기 개발을 '도발'이 아닌 '정당한 국방력 강화 행위'로 인정해달라고 거듭 요구하고 있는 만큼, 주적 개념을 비틀어 핵·미사일 개발 명분을 쌓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주적으로 규정해온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주적이라는 표현을 빼고, 자신들이 개발하는 무기가 한국·미국 등 특정국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박 교수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며 "대화 가능성을 피력했다고 볼 수도 있고,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핵무기 정당성을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방어용 무기개발의 '근거'를 축적하기 위해 자신들의 신무기가 한미 공격용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에 대한 주적 개념을 철회한 것일 수 있다는 뜻이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월9일)을 맞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을 지켜보며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조선중앙TV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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