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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 없는 규제에 마이데이터 막힌 삼성카드 [김민석의 갓심]


입력 2021.11.15 07:00 수정 2021.11.15 05:58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대주주 리스크'에 심사 1년간 지연

'예외'도 미적용…경쟁력 약화 지적

서울 중구 세종대로 소재 삼성카드 본사 전경 ⓒ삼성카드

마이데이터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흩어진 개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게 맞는 금융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곧 도입된다는 얘기다. 여신금융사도 마이데이터 준비가 한창이다. 각 개인에 맞춘 카드를 개발해 '페이'에 빼긴 결제시장 헤게모니를 찾아오겠다는 각오에서다.


신한, KB국민, 현대카드 등 굵직한 대형사는 마이데이터 본인가를 획득해 자사 애플리케이션 내에 서비스를 탑재하거나 베타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삼성카드'라는 의외의 이름 하나가 빠져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상반기에만 42조5495억원에 달하는 일시불 신용카드 결제금액을 기록한 대형 카드사다. 규모로만 따졌을 땐 업계 2위에 해당한다. 그런 삼성카드가 수익성이 뚜렷한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실상은 삼성카드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한 것'이다. 삼성카드의 사업 진출을 막은 건 금융당국 케케묵은 규제다. 그것도 조선시대에나 적용할 법한 '연좌제'가 적용돼 삼성카드는 지난해 11월 마이데이터 예비 심사 중단 결정이 내려진 이후 1년 동안 진전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배경은 삼성생명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삼성카드의 지분 71.86%를 보유한 대주주다. 현재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 징계를 받았고, 법률다툼을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마이데이터 사업 허가'를 위한 조건 중 하나로 대주주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가 최근 5년 동안 금융관계 법률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심사가 중단된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법 위반 사실이 자회사의 업무와 관련이 없다면 예외로 인정하는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카드는 이조차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삼성카드를 마이데이터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카드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별 취향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출시했다. 아울러 '링크(LINK) 파트너'라는 빅데이터 관련 사업을 확장에 마이데이터에 맞는 서비스를 먼저 준비하기도 했다. 이처럼 준비된 기업을 사업에서 배제하면 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만약 한 기업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여러 금융사를 통제해야 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를 통해 다른 금융사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이번 삼성카드의 경우에는 그 규제가 너무 융통성 없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의미를 지닌 폭넓게 사용되는 사자성어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근거가 부족한 규제로 기업의 길을 막아버리면 결국 산업 발전의 저해로 이어질 따름이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당국이 새로운 사업 진출 길에 장애물을 깔지 않았으면 한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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